어느 시기든 어떤 삶을 살든 꼭 한번은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는 징검다리들이 있다. 존재든 예술이든 장소든 그게 무엇이든 진실된 나를 만나게 하는 어떤 대상들.
유재하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들을 좋아하다 알게 된 가수였다. 배우들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할 때 소개돼 찾아듣기도 했다.
짙은 감수성을 지녔다면 어떻게 돌아가도 '귀 기울여' 듣게 되는 이, 유재하.
사춘기, 꿈을 동경하는 나이에도 가사가 각별해 끌렸고, 어른이 되어 사회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기대게 되는 목소리라 듣고 있다. 유재하 앨범.
나의 길을 제대로 가는 것일까. 나는 내면의 나를 진정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행여라도 타인의 욕망과 세계의 유행에 쏠려 가는 건 아닐까. 외부에 집중하고 휘둘리다 정작 중요한 나는 놓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점검하며 독한 회의에 빠질 때면 유재하를 찾아듣게 된다.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인생의 선언 같은 가사다. 특히나 가치 지향,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느 곳으로 다다르며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이라면 더더욱 유재하 노랫말들이 내면의 물음처럼 들릴 거다. 쉬운 우리말로 일기를 써내려 가듯 덤덤한 듯 진중하게 노래로 질문하는 이, '쳇바퀴 돌듯' 일상에 갇혀 버린 건 아닐까 의심이 들 때, 꺼내어 들어본다. 다시 스스로 거울을 들이민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마음이 담으려는 빈 자리는 무얼 위한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