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막둥이 임산부.
소원하던 막둥이 임신 7개월 차
큰애 임신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세 차례의 유산 끝에 찾아왔던 태양이.
태양 가득한 에너지를 가지고 엄마 뱃속에 잘 붙어있으라고 지어준 태명이었다.
첫아이 임신했을 때 내 인생이 가장 행복했었다.
그걸 큰애가 알까 싶지만 생색내듯 큰애에게 자주 얘기해주곤 한다.
4살 터울로 둘째 아들을 낳고 그렇게 육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애들이 다 학교에 들어가고 조금씩 내 시간이 생기는 무렵 난 나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미싱 강사로 일도 하고, 신랑 회사에서 온라인 판매 파트를 맡아 열정을 다해 일을 하던 중..
막연히 원하고 바라던 셋째가 찾아왔다.
내 인생을 더 살고 싶기도 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막둥이 하나 더 갖기를 원했던 이중적이던 내 맘에 셋째가 찾아오자 난 미련 없이 일을 그만두었다.
아이들과 터울도 크지만, 신랑과 내 나이 또한 앞자리가 바뀌어버린 현실 속에 너무 무리한 행동을 한건 아니었을까?
그저 예쁘기만 할 것 같은 막둥이 생각에 나이 먹는 것도 까먹은 듯했다.
신랑 닮은 이쁜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성별이 딸이라니. 난 참 복이 많다.
내 나이 마흔. 실로 노산은 노산이다.
온몸에 힘도 빠지고, 살은 또 왜 이렇게 찌는지..
168cm에 60kg까지 다이어트 성공하며 자랑했던 내 몸의 복근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막둥이 낳고 다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한다고 그 몸이 다시 만들어 질까?
아쉽고 서글프다. 지금은 내 몸이 무거워 걷는 것조차 버겁다.
제법 태동도 많이 느껴지고 아기의 몸짓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요즘 난 태교는커녕 온갖 스트레스 가득한 현실 속에 지쳐만 간다.
두 아이들 키우느라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큰아이는 사춘기가 온 것인지 내가 잘못 키우고 있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어깃장에 사람 속을 후벼 파기 일쑤이다.
둘째 놈은 너무 배려 심 없이 자기감정에 행동부터 하고 보는 일들이 늘어만 간다.
한 녀석은 자기표현이 안돼서 속을 태우고,
한 녀석은 너무 강하게 표현하고 다녀서 애를 태우고..
막둥이는 또 어찌 클꼬..ㅠㅠ 벌써부터 막둥이가 젤 두렵다.
아이들에게 난 같은 엄마일 텐데,
어쩜 서로 그리 다를까.
내 배 아파서 낳은 내 자식들인데, 왜 이리도 다를까.
뱃속의 아기만 소중하게 여긴다고 투정 부리는 첫째를 보며 그런 말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13살이면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할 줄이야...
첫째 말들에 되려 내가 상처 받고 첫째를 나무라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내 맘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첫째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 일까?
난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같은 마음을 가진 엄마이긴 한 건가?
첫째는 다 컸으니 외려 날 이해해야 한다고 당연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첫째에게 보여줘야 하는 엄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첫째 키워보면서 둘째는 조금 알 것 같은 마음에 키웠고,
셋째는 뭐가 되든 화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왜 여전히 첫째에겐 화가 나는 걸까? 그 아이의 행동들이 예견되지 않아서? 매번 처음이라서? 그 아이랑 내가 서로 합이 맞질 않아서? 매번 답을 못 찾는 질문들 뿐이다.
다른 집 아이들의 감정은 뻔히 알 것 같으면서도 우리 첫째의 감정만큼은 참으로 모르겠으니... 어쩌면 좋을지..
노산으로 내 몸 하나가 너무 힘든 하루하루 속에 나의 육아는 끝이 없는가 싶다.
가장 많은 것을 주었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한 첫째와의 관계.
정말 사춘기라서 그런 걸까?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지려나?
제발... 내 마음에 첫째가 미워지지 않기를..
그리고... 막둥이만큼은 엄마 속 그만 태우길..
엄마 너무 늙는다.. 이놈들아.. 제발 좀 곱게 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