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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18. 2021

요즘 부쩍 짜증이 심하게 난다면

나의 감정일지

요새 부쩍 짜증과 신경질이 늘었다. 

사람들이 '넌 진짜 낙천적이다' 할만큼 매우 무난한 성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짜증, 분노, 신경질이 마그마처럼 폭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어제는 한 기관 담당자의 실수로 꼬인 일을 가지고 통화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했다. 분노가 머리꼭대기까지 올라와 부들부들 떨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전화를 끝고나니 이렇게까지 화낼일이었나, 싶었다.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확실히 예전과 좀 다른 반응이었다. 그래서 '요새 왜 이렇게 짜증과 신경질이 늘었을까', 날잡고 생각해보았다.   



먼저, 짜증을 이해해보자


일단 짜증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보면 짜증은 '마음에 들지 않아 북받치는 역정이나 싫증을 내는 짓'이라고 소개돼 있다. 

역정은 그냥 화라고 보면 된다.  즉,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성이 나는 게 짜증이다.

이에 따르면 짜증이 늘었다는 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상황이 늘었다는 얘기.   



그래서 짜증이 일어나는 원인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짜증은 이유없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정신과 의사들이 쓴 칼럼과 기사, 블로그 글들을 종합해보면  이유없는 짜증의 원인은 대체로 이러하다. 


- 생리전이나 갱년기처럼 호르몬 변화가 있을 때

- 설탕중독이나 수분이 부족할 때

-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이 부족할 때

- 식사량이 부족할 때

- 체력소모가 많을 때 

-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할 때


위 상황에 대한 대처법은 간단하다.


갱년기나 생리전 증후군이 심하면 약을 먹으라 카더라.

설탕중독이나 수분 부족으로 인한 짜증은 물을 제때 섭취해주고 당을 끊으라고 하고,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의 부족은 미네랄워터를 먹으라고 조언한다. 

식사량이 부족하면 식사량을 늘리고

체력소모가 극심하면 쉬어주면 된다.

하고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할 때는 그만두면 된다.

ㅋㅋ 쉽네. 쉬워. 


짜증을 이렇게 설명한 글도 봤다. 

 

"짜증스럽고 공연히 화가 나는 느낌, 분노와 성급함, 불합리할 정도로 참지 못하는 태도는 뇌에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려는 적극적인 생존 반응이다."


뇌는 에너지가 부족하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려고 회피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본능적으로 지치고 힘든 것들을 피하려고 나오는 반응이 짜증과 신경질이라는 것. 짜증과 신경질은 지쳐있다는 무언의 표시다상당히 그럴듯한 설명이다. 생각해보니, 요새 많이 지치긴 했다. 피로감과 짜증은 대체로 같이 오는 경향이 있는데, 피곤하면 세상만사 귀찮고 짜증난다. 


일단 평소보다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다는 건 체력이 바닥이 나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다. 체력이 떨어지면 불안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진다. 감정이 평소보다 격해졌다면 '쉬어줄 타이밍'이란 신호다. 

짜증난다고? 휴식이 필요할 때구만.

그게 다가 아니야, 마음 안도 살펴야


그런데 육체적인 원인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심리적 원인이란 것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의사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평소보다 짜증이 많아지고 화가 많이 나며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건 불안증상이나 우울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짜증이 화로 발전하면 분노조절장애나 화병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유발하는 현재의 내적 갈등이나 고민, 스트레스, 과거 기억등을 잘 살피고 이를 먼저 해결하면 짜증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즉, 혹시 과거의 트라우마나 안 좋은 기억이 있는지 그를 해결하는 게 먼저다. 


때로는 내부가 아니라, 주변환경이 원인일 수도 있다. 타인의 무례한 습관, 배려 없는 행동, 거슬리는 행동, 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이 짜증을 더 자주 유발시킨다. 결국 나의 짜증의 원인이 내부에서 오는지 (심리적, 육체적) 혹은 외부 환경에서 오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짜증, 몸이 보내는 경고신호


짜증은 뭔가 예축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책 <우리는 왜 짜증나는가>(조 팰카, 플로라 리히트만 저)에 보면 짜증은 나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짜증은 더 불쾌하고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위험신호기 때문이다. 


여~여~ 정신차려. 지금 멍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짜증은 멍한 뇌를 깨워 자동적으로 대응하지 밀고 의식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짜증은 더 불쾌하고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는 "짜증이 난다면, 짜증은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라고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이유없는 짜증일 경우에는 '육체적인 원인'일 경우가 높다. 나도 모르게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거나 영양소가 결핍되어 있다거나 신체적인 변화를 겪을 때다. 그게 아니라면 환경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 지금처럼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일 때는 다른 때보다 신경이 예민해지기 쉽다. 위 글을 읽으면서 내 상태를 살펴보니, 육체적 피로감이 내 짜증의 80%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8월 들어 체력이 극심하게 떨어졌다.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보니 기운이 소진된 것 같다. 이럴 땐, 푹 쉬어줘야 한다. 그런데 할 게 많아서 정신적 압박을 게속 받다보니 더 못 쉬고 있다. 짜증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문제네.  오늘 내가 할, 하고 있는 과업들을 다시 보고 재조정해야겠다.


나머지 지분 20%는 코로나로 계속 집에 있다보니 답답함이 쌓인 것 같다. 오늘 하루 바람을 실컷 쐬주어야 겠다.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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