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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Feb 14. 2024

탓하지 않는 이들의 사고습관

성숙한 사람은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는가?

독일 전 총리였던  헬무트 슈미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위기 때 성품이 드러난다."


독일 심리학자 안드레아 우치는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실패 후 행동력을 꼽았다. 즉, 실패한 뒤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다. 그에 따르면,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역경이 닥치면 괴로워하고 심지어 원망하는 반면, 행동력 높은 사람은 주저앉지 않고 재빨리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삶의 주도성을 결정하는 '통제위치'


여기서 깜짝 질문 하나.

여러분은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나?

자책할 수도 있고, 남탓을 할 수도 있고, 혹은 냉철하게 뭐가 잘못되었는지 분석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사람마다 자기만의 주된 반응들이 있다. 나는 예전에 자책을 많이 했었다. 지금은 자책의 정도가 현저하게 줄었지만 10대~20대에는 자책이 심해서 스스로를 비난하는 강도가 매우 셌다. 이런 개인의 반응성은 '통제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 '통제위치(locus of control)'란 게 무엇이냐.


통제위치는 심리적 용어로, 어떤 일이 일어난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지 내부에서 찾는지에 따라 크게 '외적통제'와 '내적통제'로 나뉜다. 통제위치에 따라 상황이나 일에 대해 자신이 얼마만큼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능력도 달라지는데 결과적으로 삶을 주도하는 힘도 달라진다.  


외적통제가 강한 사람들은 외적 요인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성공과 실패가 모두 외부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일이 잘 되면 문제없지만 일이 잘못되면 사회나 상황, 타인을 원망하는 '남탓'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삶을 주도하거나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약하다.   


반면 내적통제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성공과 실패 모두 내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책임지려고 한다. 잘되면 자신의 덕분이지만 잘못되면 자책이나 자기비난의 강도가 높다.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리는 만큼 바뀔 수 있고 주도하는 힘도 강하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해보자. 외적통제가 강한 사람은 면접관이 공정하지 않았다거나,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반면 내적 통제가 강한 사람은 내가 준비가 덜 돼서 잘 안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시험 성적이 잘 나올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적 통제형은 내가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생각해 뿌듯해하지만, 외적통제형은 선생님이 많이 도와줬다거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는 내적 통제형이 더 건강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내적 통제형의 마음근육이 더 발달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통제위치가 어디에 있든, 일이 잘 굴러가면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다. 외적통제가 강한 사람은 남 탓 하거나 원망하기 쉽고, 이게 극단적으로 발현되면 살인, 방화, 강도 같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내적 통제가 강한 사람은 자기 탓을 하기 쉬운데, 극단적이 되면 심한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로 이르게 된다. 즉 내적 통제든 외적 통제든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느 쪽도 건강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내부 및 외부 모두 살펴보기


일이 잘 못 될 때는 무엇이 원인인지 다양한 요소를 들여볼 필요가 있다. 무수히 많은 요소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외부와 내부 함께 따져봐야 한다.

먼저 외부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관련된 사람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적 요인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는가? 혹시 다른 사람의 영향이나 그의 성격 때문에 발생한 건 아닌가? 내가 막을 수 있는 부분이었는가, 아니면 어쩔 수 없었는가?  


외부에서 충분히 원인을 찾았다면 이번엔 내부로 시선을 돌려본다. 내가 가진 성격이나 기질적 측면이 작용한 부분은 없었나?  그 상황에서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행동이 있었나? 내가 너무 무지하거나 욕심부리진 않았나?   


내 통제위치가 어디에 있든, 상황에 대한 원인을 분석할 때는 외부와 내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현명한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 외부와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을 생각만이 아니라 글로 적으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생각만 하면 생각에 갇히기 쉬운데, 글로 적으면 내 생각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정말 성숙한 사람은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남탓을 하지도, 그렇다고 자기비난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냉철하게 현실인식을 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래서 다음번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비한다. 어떤 상황에도 비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난과 원망으로 인해 분노, 좌절감, 실망감만 깊어질 뿐이고 이는 오히려 나아가는 걸 가로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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