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상담자
이상한 꿈이었다.
깨어보니, 새벽 5시.
잊고 있었던, 4년 전의 어느 순간이 떠올랐다.
무한 반복으로 '악몽'이라는 곡을 들으며 보라매공원을 걷고 또 걸었던 그 시간.
왜 그 순간이 떠올랐을까?
이상한 일이다. 악몽을 꿨다고도 할 수 있는데,
꿈속에서조차 나는 덤덤했다.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체념하듯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내 몸이 기억하는 수많은 시간과
감정의 에너지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헤매는 동안,
내 일부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상처와 치부를, 닥터 J에게 내보이고 있었다.
닥터 J가 말했다.
" 참 이상한 일이야. 제일 연약해 보이는 살덩어리가
오히려 상처가 더 커지지 않도록 막고 있었어.”
눈앞의 끔찍한 광경 속에서 나는 J의 말을 이해했다.
끔찍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
왜였을까.
지금 이 상황이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나는 오래전 그 시간들을 떠올렸다.
‘악몽’이라는 노래를 무한 반복하며 공원을 지루하게 걷고 또 걷던 시간. 그때 억눌렀던 감정은, 갈망이었다.
그 감정을
입에도, 마음에도, 머릿속에도,
어떤 글에도 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나의 바람에 불과했던 걸까.
나는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한 대가로,
나는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내 몸은,
내 꿈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래전,
악몽처럼 느껴졌던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갈망을 억눌러야 된다는 주문을 무한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도
꿈에서 깨어
나는 그의 노래를 무한반복 재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