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뜨지 않았는데 그날의 하늘은 온통 하얬다. 하늘이 그리도 하얬으니 대지는 화가의 종이처럼 온통 표백되어갔을 테다.
보이지 않는 밤의 구름이 그렇게 땅을 향해 하얀 것을 쏟아붓고 있을 때, 매서운 바람은 재차 그것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나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내렸다 다시 올랐다. 울렁거렸다. 때문에 나는 잠시 주저앉아서 알 수 없는 이 날씨를 조용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되새김질을 했다.
우산도 없이 걸었다. 멋 따위는 챙길 여력이 없었다. 괜한 고집으로 가져오지 않았던 간단한 이유였기에 그저 후드를 쓰고 넘어지지 않으려 눈밭을 조심히 걸었다.
고드름
꼭 한 가지만 할 필요는 없다. 날 수 없다면 날리면 되고 매달릴 수 없다면 맺히면 된다. 눈은 그것을 안다. 날개가 없어도 갈고리 따위가 없어도 공중을 향해, 허공을 향해 자신의 궤적을 무럭무럭 남긴다. 나는 하얀 밤의 날처럼, 쌓이지 않아도 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