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고 감탄하기
마땅함이 무엇인가 싶었다. '그 정도는 해줘야지', '아무리 못해도 그건 해놔야지'. 그런 의무가 싫어지는 하루가 더해졌다.
연휴기간, 가족과 오래간만에 길을 거닐었다. 와중에 한 정원을 발견했다. 꾸며진지 얼마 되지 않은 공원이라 아직 이 곳이 낯선 듯한 꽃의 군상들이 보였다. 어쩐지 들풀도 가지런히 정리하기엔 길이가 대체로 짧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본 꽃이었다.
썩 좋지 않은 화질 덕분에 마음껏 담아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순간의 정취를 담아내려는 시도가 나에겐 중요했다. 정오를 지난 햇빛이 그려낸 그림자가 꽃잎을 자꾸만 덮었다. 몇 차례 화면을 누르고 나서야 먼저 앞서 간 가족을 찾아 달렸다.
뿌듯한 마음에 따라잡은 걸음을 늦추었을 즈음 왜인지 허탈해졌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라고 누군가 말하는 듯했다. 무시하면 그만일 것을 '그러게. 이게 무슨 소용이야. 막상 필요도 없는데.'라고 답해주었다.
찍어 놓아도 그 날 정리하면 그만인 것을. 언젠가 다시 보아도 그냥 훅 넘겨버리는 몇 장의 사진 중 하나인 것을. 결국 내일이면 기억 저편으로 넘어갈 꽃잎 몇 장인 것을 말이다.
꽃 잎 몇 장에 왜 그리 감탄했을까. 사진 고작 그것 하나가 감동을 붙잡을 수 있을까. 곰곰이 그 날을 떠올리자 사진보다 사진을 찍으려 애썼던 자신이 떠올랐다.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쓸모와 소용, 승률과 의무들과 씨름하다 보니 판단을 넘어선, 판단보다 먼저 움직인 그 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이 정도일까.
부여된 의미에 안심하고 얻을 미래를 그려보다 내 앞에 불쑥 나타났던 그 꽃이 생각난다. 안녕. 그리고 마땅함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어쩌면 무엇이 개입되지 않은 감추지 못한 사소한 반응이 마땅하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