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6

8일간의 기차 여행, 적응의 시간

by Gnoy

2017년 07월 28일, 금요일 | 횡단열차 2일째


기차에서의 삶에 적응하다

기차에서의 생활도 이틀째. 아직 모스크바까지 6일이 남았다. 어제의 기차 안 공기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오늘도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 기차 안의 규칙적인 흔들림,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 7일 동안 이 좁은 공간이 작은 세계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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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 열차

따뜻한 인연과 함께하는 시간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전기도 편하게 쓸 수 있고, 아이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덕분에 사진을 찍는 일도 점점 자연스럽고 편했다. 승객들과도 말이 트이면서 기차 안의 공기가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낯선 공간도, 결국 사람에 의해 익숙해진다는 사실을 이 여행을 통해 배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횡단열차 안 전기 코드는 많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게 코드가 꽤 배치되어 있는 칸에 탑승을 했다는 사실을 한참 후 동아오는 길에 알았다.


낯선 언어, 그러나 통하는 마음

못하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느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익숙지 않은 언어에 쉽지 않은 순간이지만, 상대가 천천히 말해 준 덕분에 대화는 이어진다. 단어 몇 개와 몸짓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려는 태도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연한 만남, 그리고 스쳐 가는 이야기

태규 형을 만난 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는 그는 오늘이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라며 맥주와 밥을 사 주었다. 식당칸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 러시아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용접공인 그는 일하러 우수리스크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이혼을 두 번 했다는 말을 했다. 예상치 못한 고백에 나와 태규 형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는 못했다. 기차 안, 낯선 나라에서 만난 사람의 삶이 대화 속에서 펼쳐졌다. 그는 자신의 여권(러시아인이 도시를 이동할 때 쓰는 여권이지 않을까 추측 중이다)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진 속 첫 페이지에는 결혼한 사람으로 추측되는 여성과 함께 찍힌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을 나름 해석한 결과 지역 이동 여권에는 부부가 함께 실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잠시 스쳐 가는 인연이지만, 그 안에도 많은 대화 오갔다. 그리고 대화 속에는 많은 의미와 정보가 담겨 있음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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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하는 인간, 익숙해지는 공간

어제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기차 더 편안해졌다. 길어진 하루가 핸드폰 속 메모장과 사진첩에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나의 여행기도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 기차 안에서의 이틀째 밤을 마무리하며...

人は環境になれるものだ。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다.


오늘 하루, 낯선 곳이 익숙해지고, 스친 인연이 이야기가 된 날이었다.


낯선 공간도 결국 익숙해지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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