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이다, 어디에서든
이른 새벽의 시작
새벽 4시,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다시 잠들기엔 머릿속이 깨끗이 맑아진 느낌이었다. 어차피 깬 김에 몸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옷을 빨고,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으며 발까지 씻었다. 조금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은 행동이 곧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 줄은 몰랐다.
작은 실수, 예상치 못한 꾸지람
빨래를 마치고 나오자 역무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물이 흥건했던 모양이었다. 그의 표정은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잘못한 것이 분명했기에 조용히 사과했다. 물기 때문에 그가 힘들었을 것을 떠올리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리로 돌아와 다시 누웠다. 마음 한쪽이 불편해 뒹굴거리며 창밖을 보았다.
사람들과의 교감
창밖을 멍하니 보다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뜨니 객실 안은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었다. 아이들이 눈을 뜨고 멀뚱멀뚱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서툰 영어로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조심스레 맞춰가는 퍼즐 같았다. 우리는 함께 게임을 하며 웃음을 나누었다. 언어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즐거움을 공유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짧지만 따뜻한 순간이었다.
가족에게 전하는 여행의 조각
한국에 있는 형제들과 어머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열차 안의 풍경을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내가 경험하는 이 순간을 가족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사진이나 글로는 전부 담아낼 수 없는 감각을, 이 영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가족들의 반응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새로운 깨달음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내가 주눅 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 감정의 근원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그것이 ‘배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까 봐, 혹은 내 부족한 언어가 불편을 줄까 봐 지나치게 조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들 나를 이해하려 했고, 때로는 친절하게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무섭게만 느껴졌던 러시아도, 어렵게만 보였던 외국인들도, 결국엔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하루의 끝, 짧은 문장 속 깨달음
결국, 사람은 사람이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더라도 본질은 같다. 낯선 곳에서 길을 묻던 순간,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준 사람, 게임을 하며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 화를 냈지만 이해할 수 있었던 역무원까지. 오늘 하루도 그렇게 흘러갔다.
人は人です。
(사람은 사람이다.)
오늘의 하루는 고요한 새벽으로 시작되어, 사소한 실수와 따스한 교감이 어우러져 마음 깊은 곳에 여운을 남기는 감동의 여행이었다.
우리는 낯선 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얼마나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