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헬싱키에 도착하다.
2017년 08월 12일, 토요일 | 헬싱키 1일째
국경을 넘어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나오는 방송에 모든 사람들이 분주하게 짐을 챙겼다. 나도 보조를 맞춰 짐을 챙겨 버스 밖으로 나왔다. 비몽사몽 얼떨떨했다. 큰 짐만 챙겨 나오면 되었기에 가방 하나면 충분했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줄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버스가 움직였다. 이번에도 러시아 군인이 위협적인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았다. 잠결이지만 조금 무서웠다. 내 차례가 왔고, 여권만 챙긴 후 가방을 열어 엑스레이 기계에 넣었다. 출국 심사원 앞에 서서 여권을 내밀었다. 한참을 보던 심사원이 다른 신분증이 있는지 묻는 듯했다. 검색대를 통과한 가방에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챙겨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갸우뚱하는 모습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심사원은 내 웃는 모습이 거슬렸는지 근엄한 표정으로 웃지 말라고 했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심사원 30분가량 사진을 요리조리 보고 나를 보며 대조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권은 7년 남짓되었고, 민증과 면허증은 고등학생 때 사진이었다.
동승자들은 심사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40분이 넘어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여권을 주며 통과를 시키는 게 느껴졌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버스도 통관을 마치고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짐을 원상 복구하고 의자에 앉아 웃픈 상황을 생각하며 긴장을 풀었고, 다시 잠에 들었다.
새벽 도착
새벽 5시, 헬싱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분명히 새벽인데, 새벽이 아니었다. 해는 떠 있었고, 터미널 안에 있는 상점들도 문이 열려있었다. 예정이 없었던 나는 느긋하게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지갑에서 유로 지역 하루 예산인 50유로를 꺼내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물론, 숙박비는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유심을 사고, 저장해 둔 장소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첫 번째 장소는 바위 안에 만들어진 교회였다. 교회에 도착했을 때 5시 반이라서 문도 열려있지 않았다. 그리고 입장료가 있어서 패스를 했다.
이어서 1시간 남짓 걸어 호수 같은 해변에 도착했다. 나는 해변을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한 'Cafe Regatta'에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우연히 찾아온 집이라고 하기가 무색하게 빵은 따뜻하게 부드럽고 커피와 잘 어울렸다. 해변에 작은 카페에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3 테이블이나 있어서 놀랐다.
음식을 먹고 정체 없이 걸었다. 오후 3시가 숙소 입실이라 시간은 차고 넘쳤고, 가방은 무거웠지만 맘은 한결 가볍고 즐거웠다. 걷던 중 플리마켓에서 구제 청바지를 구매하고, 영화 '카모메 식당' 촬영지 알아보니 촬영 후 '카모메 식당'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로를 검색하고 걷던 중 예쁜 교회 건물을 발견하고, 잠시 멈춘 후 친구의 가족이 건강하고, 내 어머니의 건강을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벤치에서 쉬고 있었고, 일본인 유미상을 만나게 되었다.
동행과 하루
우연히 만난 유미상과 잠시 동행을 하기로 했다. 함께 뮤지엄, 페리 터미널, 카모메식당, 또 한 번 플리마켓을 차례로 들렀다. 점심은 헬싱키 중앙역으로 걷던 중 발견한 집에서 먹었는데, 비싸고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당이었다. 아침부터 점심을 먹는 지금까지 많이 걸어서 조금은 지쳐있었다. 이제 숙소를 입력하고 걸었다. 방향이 비슷했던 유미상은 함께 걷다 호수 근처 카페에서 하는 공연을 보고, 가볍게 맥주 한잔 사주겠다며 제안을 했다. 물론, 힘들었지만 하루 맥주 한잔은 외치며 여행을 하는 나에게 더없이 기쁜 제안이었기에 흔쾌히 자리를 잡았다. 맥주 한 잔의 답례로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이 정리된 태블릿을 꺼내 보여주었다. 나무 그늘에서 음악을 들으며 보는 호수의 풍경도 예뻤고, 선선한 바람도 기분이 좋았다.
저녁의 마무리
시간을 보니 숙소에 도착하면 3시가 넘을 듯했다. 유미상과 라인을 주고받은 후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 후 설명을 듣고, 가벼운 옷으로 환복 후 전부 세탁기에 넣은 후 짐정리를 하고, 샤워를 했다. 종일 걷다 샤워 후 침대에 누우니 기분이 좋았다. 뽀송뽀송한 이불에 몸을 감고 잠시 눈을 붙였다. 기분 좋은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게 행복 아닌가 싶다.
유미상이 라인을 통해 비와 번개 소식을 전했다. 내가 있는 숙소는 사방이 벽으로 되어있고 침대도 많아 외부 사정을 몰랐다. 우리가 외부에 있을 때 비가 안 내려서 다행이었다. 이제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숙소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흐릿한 하늘이었다. 마켓이 숙소 입구 옆에 있어 비에 적을 일도 없었지만, 날씨의 요정이라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하다. 간단한 파스타 재료, 물, 맥주 그리고 삶는 밥과 스팸, 계란을 구매했다. 오늘은 삶는 밥을 냄비에 넣고 삶은 후 살짝 밥냄새가 날 때 조금 식힌 후 계란과 스팸을 순서대로 볶은 후 삶을 밥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었다. 역시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건 뭐든 맛있다는 생각에 맥주를 홀짝 거리며 푸짐히 먹었다.
저녁 식사 후 건조를 마친 옷을 정리 후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당신이 새로운 도시에서 첫날 걷는 길, 그 길 위에서 가장 먼저 찾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여행 팁
• 유심 : 5.4유로
• 아침 : 5유로
• 청바지 : 2유로
• 점심 : 16유로
• 세탁 : 5유로
• 저녁 : 8유로
• 뮤지엄 : 12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