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과 별
2017년 08월 13일, 일요일 | 헬싱키 2일째
느지막한 시작
여행을 하며 빠르게 시작한 날이 며칠이나 될까?
오늘도 침대에서 11시까지 뒹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기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카메라를 챙기자 하루가 천천히 움직이는 듯했다.
오늘은 올림픽 경기장을 목표로 삼아서 움직였다. 왜 올림픽 경기장이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없다. 그냥 구글맵에서 눈에 띄었다. 게하를 나와 언덕 아래로 걸었다. 이번 여행은 걷는 게 일인 여행이다. 그래서 내가 걷는 곳이 길이다를 시전하며,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걸었다. 물론, 구글맵에 나오는 경로에서 획기적으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다.
쪼리의 딱딱거리는 소리는 느릿하게 귓가를 때렸고, 리듬에 맞춰 팔을 저으며 걸었다. 팔이 발을 지휘하는 느낌이 들었고, 따사로운 햇살은 내 흥을 더욱 차오르게 했다.
우연한 승마 관람
올림픽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에 어린이 교통 공원으로 보이는 장소를 지나쳤다. 공원에 아스팔트로 된 도로와 보행자길 그리고 횡단보도와 신호등 교통법규를 배울 수 있는 장소로 보였다. 어린이들은 세발자전거를 타며 도로를 달리고 신호에 멈춰 서며 교통법규를 체험하는 듯했다. 처음 보는 광경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리고 옆엔 승마 경기장이 있었고, 승마를 하며 장애물을 뛰어넘는 경기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태어나 처음 승마 경기를 보려고 빈 벤치에 앉았다. 구경꾼보다는 관계자가 많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보는 승마는 풍경과 선수보다 말의 움직임이 더 눈에 들어왔다.
어떤 순간엔 선수의 실력이 부족해도, 말이 좋으면 괜찮은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에 있었던 사건에서 승마에 대한 이야기가 영향을 끼쳤는지 ‘이 스포츠는 결국 말이 많은 것을 좌우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두었다. 그리고 승마를 보며, 숨을 고르며 미래에 대한 생각을 했다.
승마장에서 찍은 사진이 없었다.
여행할 당시 승마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찍지 않았던 것 같다.
호수와 도시의 단면
계속 걸었다.
올림픽 경기장 근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하나와 큰 콜라를 주문했다. 열심히 걸었으니 배도 채우고 휴식도 취했다. 콜라를 3통 마시고, 한통을 담아 다시 걸었다. 어제 공연을 보았던, 카페 앞 호수를 가기 위해서였다. 호수 근처에 도착하니 사람들과 차들이 많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튜닝카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들이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통유리 건물이 통제되고 있었다. 하지만, 왜 통제를 하고 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조금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은 어젯밤 강풍으로 인해 건물 유리창이 깨지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어 행인들이 다치지 않게 통제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건물은 라디오 방송국 건물이라는 사실이었다.
통제되고 있는 지역을 지나 헬싱키역 근처 H&M에서 티셔츠를 구매하고, 선물을 파는 상점에서 핀란드 대표 캐릭터인 무민 마그네틱을 구매했다. 그리고 헬싱키역 앞에 있는 우체국을 찾았다. 일단,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혼잣말로 중얼대며 사전을 찾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우체국 창구에서 한국어가 들려와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금발의 현지인이 꽤 유창한 한국어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편하게 우편을 발송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오늘 일정에 대해 물어보는 현지인에게 딱히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하니 자신은 나트리이고, 남편은 한국인 재호라고 말하며 함께 저녁을 먹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핀란드 수도의 작은 우체국에서 만난 한국인과 결혼한 현지인을 만날 확률이 높은가라는 생각을 하며 1시간 30분 후에 퇴근하는 나트리 씨와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우체국을 나섰다.
초대받은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서 나트리 씨를 기다렸다. 일을 마치고 걸어오는 나트리 씨와 다시 인사를 하고, 핀란드 따릉이를 타고 30분을 달려 그들의 집 근처 해변으로 이동했다. 해변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고,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해변에 준비된 테이블에서 앉아 재호 씨를 기다렸다.
핀란드 따릉이는 정기권을 구매해서 사용하는데, 10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10분이 넘는 거리는 달리다 중간에 멈춰 자전거를 바꿔서 달리는 형태로 무료 환승을 한다. 우리도 중간에 한번 환승 후 근처에서 걸어서 이동했다.
3명은 함께 산책을 하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했다. 시간을 흘러 6시를 향하고 있었고, 우리는 걸어서 집으로 이동을 했다. 낯선 집을 방문하는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는 빈 손이었다. 무언가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빈손으로 방문한 일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들은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고 재호 씨는 두루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트리 씨는 웰컴주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그들의 사진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재호 씨도 저녁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식탁으로 이동했다. 테이블 위에는 재호 씨가 아껴두었던 한국 소주와 맥주를 올려져 있었다. 이게 행복이구나, 맛난 음식과 반주는 최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성스럽게 준비된 두루치기와 쌀밥은 맛있었고, 오랜만에 마시는 소맥은 깔끔했다. 저녁을 먹으며 그들의 연애사와 핀란드로 돌아온 이야기를 듣고, 내 여행 이야기도 나누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함께 상을 정리와 설거지를 마친 후 집 근처 농구장에 있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테이블로 이동했다. 북두칠성 아래에서 와인 두 병을 비우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낯선 이의 집에서 나누는 식사는, 낯섦이 어떻게 친밀함으로 바뀌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발걸음엔 하루의 온기가 묻어 있었다. 포근하고 따스한 정이 느껴졌다.
낯선 도시에서 받은 초대, 당신은 어떻게 응하나요?
여행 경비
• 모닝커피(게하) : €2 (2잔)
• 점심(써브웨이) : €11
• 공공 화장실 : €1
• 마그네틱 구입 : €7.40 (시티카드 결제)
• 마그네틱 발송 : €5.30
• 엽서 구매 + 발송 :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