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20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by Gnoy

2017년 08월 11일, 금요일 | 상트페테르부르크 3일째



여유로운 아침


침대에서 미적거리다 9시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가볍게 샤워 후 팔도 도시락과 사과 세 개로 끼니를 때웠다. 오늘은 야간 버스를 타고, 헬싱키로 가는 날이라 짐 정리를 꼼꼼하게 하다 보니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방을 정리하고, 촬영 장비를 점검했다. 예비 배터리들의 충전량을 확인하고, 메모리 카드의 내용물을 확인하며, 백업이 된 메모리는 포맷을 한 후 지퍼백에 따로 담았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호스트에게 짐을 맡겼다. 그리고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는 눈인사를 나누니 10시가 넘어가는 중이었다. 인사를 마친 후 숙소를 나와 겨울궁전(예르미타주 박물관) 앞 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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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식당 풍경




광장의 사람들


궁전으로 걷는 중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아직 식사를 마친 지 2시간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배가 고프니 가는 길에 보이는 식당들의 메뉴판을 확인하며 적절한 식당을 골랐다. 브런치를 하는 식당인데, 다소 비싼 느낌이 있었지만, 허기와 맞바꾼 경비를 여유로운 척 허세를 떠는 비용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입구 오른쪽에 있는 창가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엔 많은 메뉴가 있었지만, 브런치 할인 메뉴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팬케익과 드립 커피가 나왔다. 나는 평소에 쓰지도 않던 나이프를 이용해 팬케이크를 잘라서 먹으며 '음~ 역시 여유로워야 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팬케익은 포크로 자르는 게 맛이지라는 생각에 나이프는 내려두었다.

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여유로운 척 창 밖 행인들의 얼굴을 보았다. 웃는 얼굴이면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고, 인상을 쓰면 힘든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연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문득 한국보다 사람들이 여유롭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팬케익과 커피를 전부 먹었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다시 궁전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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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속 사람들




뜻밖의 재회


광장에 도착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요 몇이 돌면서 봐두었던 장소에서 멍하니 앉아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목표물이 눈에 띄면 다가가 말을 걸고 촬영을 했다. 주로 초상 사진을 찍었다. 난 그들에게 포즈를 요구하기도 했고, 그들은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타카히로상

1시간 남짓 광장에만 있었다. 잠시 다른 장소에서 둘러보기 위해 가까운 다리를 건너 섬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왕궁으로 약 세 시간 동안 천천히 걸으며 셔터를 눌렀다.

섬에는 결혼을 찍는 팀이 여럿 눈에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말을 걸고 촬영을 했다. 그리고 다시 광장에 돌아왔을 때 사람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러시아 입항 중 배에서 만났던 다카히로상이 광장 속 인파 사이에 있었다. 그는 인파 속에 일본 축구 국가 대표의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인사를 건네니 놀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전혀 다른 형태의 여행을 했고, 연락처를 알고 있지도 않았다.

잠시 대화를 하며 다음 행선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늘 도착했으며 2, 3일 머무를 예정이고, 다음 행선지는 그라지아라고 했다. 대화를 마치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며 헤어졌다.




헬싱키를 향한 길

어느새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광장에서 햇볕을 맞으며 찍은 사람들의 얼굴과 내 얼굴엔 웃음꽃이 느껴졌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만족도가 높은가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향했다. 5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해는 중천에서 조금 기울었다는 느낌이 든다. 상트에 있던 동안 느낀 것 중 하나 해가 밤 10시까지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골든타타임이 길어서 더 좋다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 파리나 이탈리어에서 찍는 인물 사진의 때깔이 다른가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숙소 근처에 있는 마켓을 지나고 있었고, 오늘의 할당 맥주 한 캔을 구매해 숙소로 들어갔다.

호스트에게 샤워하는 것을 허락받고 캔맥을 냉동실에 넣었다. 더웠지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마지막에 찬물 샤워를 했다. 시원해진 몸을 이끌고 나갈 채비를 마친 후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맥주를 한숨에 들이켜고 캔을 씻어서 버렸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다. 털보 호스트에게 인사를 건넨 후 악수를 했다. 추가 비용 없이 짐을 보관해 주고 샤워실 상을 허락해 줬다. 고맙다는 말을 있지 않고 함께 구매했던 음료를 건넸다. 나는 다시 20kg이 넘는 가방을 둘러메고 한 손엔 카메라를 감은 후 숙소를 나왔다.

이제 야간버스가 기다리는 터미널로 가야 한다. 첫날 방문했던 터라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이 되어있었고, 걸으며 구글맵으로 경로 검색을 마쳤다. 이번 여행을 하며 최고의 수확은 구글맵이 아닐까 싶다. 원하는 지역을 원하는 구역만큼 다운을 받아 오프라인으로 지역 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예정지까지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미리 다운을 받아두는 편이다.

구글맵을 보며 걷는 길에 한글로 표기된 '밥집'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이름이 '밥집'이다. 저녁도 먹어야 하니 '밥집'을 경유해서 가기로 했다. 가까이서 보니 '밥집'은 한식당이 없다. 뭐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백반집인데, 러시아에서 백반집을 바라는 건 무리였고 찌개와 반찬을 세트로 파는 한식집이었다. 주저 없이 들어가 메뉴를 보지 않고, 참치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고 맛을 보니 참치김치찌개인데, 조금 달달했다. 밥을 한 공기를 추가해 찌개가 담긴 냄비를 깨끗이 비워냈다. 따뜻하게 국물과 탄수화물이 배를 채우니 기분이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로 이동했다. 버스 시간은 밤 12시라서 4시간 즈음 기다려야 한다. 러시아터미널이 전부 같은지 모르지만, 이곳은 탑승 30분 전에 내부로 입장이 가능했다. 공항 출입국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여권 검사는 하지 않는다. 난 터미널 안 빈자리를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자리에 앉은 후 태블릿 PC를 꺼내 저장해 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웠다. 물론 화장실은 미리 다녀와서 혹시 모를 자리 이동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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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헬싱키로




오늘 하루를 다시 찍을 수 있다면, 어떤 순간에 가장 오래 머물고 싶을까요?




여행 팁

• 아점(팬케익 & 아메리카노) : 700 루블

• 맥주 뚜부루 : 235 루블 (하나카드)

• 저녁 한식당(참치김치찌개) : 780 루블 (하나카드)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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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촬영하는 사람들
DSC00592.jpg 유럽 여행지에 숨겨진 쪽지! 요거 찾는 재미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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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 준비을 준비하는 사람들
DSC00569.jpg 공원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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