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녀와 나는 20년지기 친구다.
대학 때 만나서
수년간 크리스마스와 생일파티를 함께 했고,
수많은 비밀과 연애사를 공유했다.
가난했던 시절,
한 침대에서 동고동락 하며
아끼는 옷과 구두를 돌려 입었고,
같이 목욕을 한 적은 없지만,
어디에 어떤 모양의 이상한 점이 있는지,
큰 가슴과 두꺼운 허벅지를
언제 만족해하고 언제 부끄러워하는지,
결혼은 왜 안하는지 못하는지,
이혼의 아픔과 허전함이 무엇인지,
왜 가족을 미워하고,
나이드는 것은 왜 두려운지,
아무때나 만나서 두서없이 떠들다 헤어지곤 했다.
물론 졸업을 하고,
서로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차츰 동네가 멀어졌고
만남이 줄었고
통화가 뜸해졌고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게 됐다.
그 날도, 잘 알지도 못하는
서로의 직장생활을 들어주느라 지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비밀과 흉을 나눴으며,
은근한 자기자랑은 못 알아듣는 척,
대놓고 하는 자랑은 질투를 모르는 척,
위로도 했다가, 축하도 했다가, 암튼 몹시 피곤했다.
심지어 둘 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부동산, 정치 얘기로 싸우기까지!!
하아, 친구를 만나는 일이 이렇게 고단해지다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택시에 몸을 기댔을 때,
라디오에서 반가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dancing in the moonlight
everybodys feeling warm and bright
its such a fine and natural sight
everydodys dancing in the moonlight
친구야,
우리 다음에 만날 땐, 춤을 추자!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라던데..
우리 이제, 입다물고 스텝이나 밟자!
자유롭게, 신나게, 몸으로 놀자!
지금보다 ‘덜’ 고집스러웠고 ‘더’ 유치했던 시절,
그래서 솔직했고,
그래서 더 많이 울고 웃었던 그때처럼!
우리 다음엔 달빛 아래서 신나게 춤이나 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