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125동 33호실,
똥꼬가 찢어질 것 같다. 빌어먹을 관장 때문에ㅜㅜ
내일 아침 7:20 수술실로 간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 맹장수술했던 기억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내일 아침으로 다가오니 긴장된다. 깨어나면 많이 아플까? 지난번엔 철없던 10대의 특권으로 맘껏 욕하고 소리질렀는데 내일은 참아야 할까? 소리 지를 기운은 있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병원엔 아픈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 나이든 사람들은 모든 일에서 서툴다. 기력이 딸려서, 지식이 부족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도 곧 그럴 것이다.
나는 오늘 환갑의 엄마를 보호자로 대동했다. 엄마는 퇴원 후에 내가 입맛 없을 것까지 미리 예상하여 물김치랑 온갖 반찬을 만들다가 어제 코피를 쏟았다고 했다. 엄마도 더 이상 예전에 super우먼이 아니다. 약해진 엄마를 간호 인으로 둔 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나를 보는 엄마는 섭섭한 눈치다. 엄마는 약하지 않다 고 나의 보호자로서 아직도 충분히 건재하다고 무리해 어필 하고 있다. 그런 엄마를 보는 내 마음이 또 불편하다. 내가 나이를 더 먹었을 때 그때가 두렵기도 하다.
머지 않은 미래에, 내가 더 오랜 시간, 약해진 엄마 곁을 지켜야 할텐데,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나는 또 엄마에게 업혀있던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