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여유가 찾아오니 독서와 글쓰기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지적인 사람, 지적인 생활 그리고 지적인 취향. 그런 것에 나는 로망이 있다. 동시에 나는 역시 취미생활은 소비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나는 서점에 가서 수많은 책들을 보면 괜히 뿌듯해진다. 벅찬 마음을 안고 한두 권 골라 집으로 오면 많은 경우 그 책은 언제 다 읽을지 끝내 알 수 없다. 지적인 로망마저도 소비로 소비하기 일쑤다. 소비는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다. 종종 허무해질 정도로.
그런 내 작은 취미들 중에 유일하게 생산적인 활동이 바로 글쓰기이다. 글이란 건 내가 쓰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건 지적 로망도 충족시키면서 알맹이도 지적인 아주 근사한 일이다. 생산은 느리고 천천히 이루어진다. 다소 짧아 보이는 한 바닥의 글도 최소한 한 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만 탄생한다. 발행한 뒤에는 거의 덮어버리고 쳐다도 보지 않지만, 그 여운이 허무해진 적은 없었다. 직업 작가가 아닌 덕분일지?
어느 정도 여유가 찾아오니 독서와 글쓰기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낭만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