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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Jan 04. 2021

임신 소식 전하고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들

결혼 초에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내용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았다.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보다는 '아 이 친구를 닮은 아기라면 얼마나 예쁠까? 그게 너무 궁금해'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아기를 주시면 주시는대로, 그렇지 않으면 우리끼리 재미나게 살자고 했던 우리의 대화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던 때에 거짓말처럼 아기가 왔다.

안정기에 접어들고 임신 소식을 전할 때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1. 몸은 괜찮아?
임신을 경험한 사람은 경험에 의거해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주변에서 들은 체험담에 의거해서 물어보는 질문이다.

임신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 질문 속에는 조금 더 복잡한 마음도 담겨있다.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출산하는 순간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체뿐만 아니라 아기의 안부 역시  같이 궁금해하게 된다.

또한 임신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에서 들은 체험담이 무섭게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크게 걱정을 한다. '초기인데 움직이면 안 되는 거 아냐? 입덧이 그렇게 힘들다던데 밥도 못 먹는 건 아니지?' 하며 거의 울 지경으로 걱정해주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걱정을 얹어주는 건 아닌가 싶어 좀 미안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고마웠다. 자신이 겪지 않은 상황,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아주 고차원적인 일이다. 내 주변에 그런 이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준다는 것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2. 원하는 성별이 있어?
남편은 자매가 있는 장인을 부러워했다. 나와 나 동생은 스스로 애교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우리 자매 같은 딸을 꼭 낳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효도를 잘할 것 같다나?)

그러나 진짜 우리 부부의 삶에 2cm의 작디작은 인간이 등장하는 일이 실제상황이 되니 딸이 좋다던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쏘옥 들어갔다. 대신 지인들은 나의 임신소식에 신이 나서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원하는 성별 있어? 하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귀여운 사람들.....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성별이 정말 정말 궁금할 것 같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는 그렇지 않았다. 성별을 알게 되는 진료 날도 언제나처럼 아기가 어디 아프진 않을까, 성장이 더디진 않을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에 대해 마음을 졸였을 뿐이다.

내 배에 카메라를 대고 한참 움직이시던 선생님이 활짝 웃으시면서 "와... 이거 보이시죠? 대놓고 보여주네요ㅋㅋㅋㅋ"하셨다.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지 조마조마해하던 쫄보 엄마는 잠시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고 씨익 웃을 수 있었다.
'쨔식.....싸나이네...'

3. 너는 아들(딸) 낳을 것 같아!
지인들은 우리 부부에게 원하는 성별이 있냐고 물어보고 나서 꼭 아기의 성별을 예측해주었다.
난 10명 중에 8, 9명이 '너는 아들 낳을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실제로 아들을 낳았다(...)

내가 아들을 낳을 것 같다고 했던 이들은
나의 왕성한 호기심과 외향성, 일을 벌이는 능력들을 높이 사서 아들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소수지만 딸을 낳을 것 같다고 했던 이들은
나와 남편의 감성과 예술에 대한 사랑, 섬세함이 딸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지인들이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조카의 성별을 예측하는 모습은 열정적이었고 우리 입장에서는 참 재미났다. 성별이 나오는 진료를 로또 추첨이 있는 토요일처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성별을 알게 되더라도 출산 때까지 알려주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그만큼 지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임신기간은 아이를 배에서 키우면서 기다리는 기간이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응원을 받고 있는지 물심양면으로 느낄 수 있는 기간이기도 했다. 결혼, 출산을 겪으며 받은 많은 사랑을 돌려주며 사는 것이 나와 우리 가족들이 할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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