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며칠 전부터 관리실에서 나를 베어 가구를 만드는 곳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늙었고 이제 예전만큼 많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향기를 잃어버린 지도 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쓸모를 다했다. 고단했던 삶을 끝낸다고 생각하니 후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슬퍼 기운이 쭉쭉 빠지고 있었다.
나는 곧 가구가 될 운명이었다. 사람들은 나의 속살이 치밀하고 연해 좋다며 상을 만든다고 했다. 종일 심란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그들이 낮에 와 내일 벨 거라는 말을 남기고 갔기 때문이었다.
내일 아침 출근길 그녀를 보는 것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니, 눈이 시큰거렸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후드득 눈물이 나왔다.
그녀가 퇴근하는 저녁. 마음을 다 잡고 기다렸다.
툭툭 돌멩이 하나를 차면서 걸어오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내 앞에서 서서 피어나는 꽃을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휴우, 너는 봄인데 왜 나는 아직 겨울이야! 난 왜 맨 날 겨울이야!' 소나기의 따가움 같은 아픔이 그녀의 볼을 타고 내렸다.
아렸다. 심장이 찌릿찌릿했다. '울지마.'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를 내었다. '너는 나의 봄인데, 울지마. 내가 있잖아!' 나는 있는 힘껏 다시 그녀에게 소리쳤다.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그 밤 오랫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끝.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
내 말에 웃고 울고 고개 끄덕여 주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심장을 가진 인간에게 위로 사람만이 위로가 된다고 맹한 생각을 한적이 있다.
이 긇은,
맹한, 그 생각이 오류였음을 알게 된 어느 봄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