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많은 것들과 이별을 했다. 애증이 가득했던 회사와 이별을 하였고 좋아했던 사람, 친구와 이별을 하였고 살던 장소, 많은 감정들과 이별을 했다. 많은 것들과 만나기도 했다. 나에게 있는 질병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절망감, 상실감, 불안함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깊고 어두운 심연을 갖게 되니 비로소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하는 것도 소용이 없을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하는 병이 있다는 것은 어둠과 싸우는 법이 아니라 어둠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들은 적응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안' 또한 적응하는 방식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나는 2월에 퇴사한 후 프리랜서의 삶을 이어 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믿고 일을 맡겨 주시는 분들이 있어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프리랜서의 삶이 그렇듯 다음 달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거의 10년간 다음 달 월급 걱정해 본 적이 없는 직장인의 삶을 살아왔던 나에게 이런 상황은 꽤 낯설고 도전적이다. 하지만 그 불안함도 이제는 적응을 해가는 걸 보니 인간의 적응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적응했다는 것이 극복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매일 불안하고 불안함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하고, 어떤 날은 불안함을 이기지 못해 잠을 못 이룰 때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불안함과 티격태격하며 이 삶을 유지해볼까 하는 깜찍한 생각도 든다.
불안함이란 그 근원이 사라지게 전에 내 마음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 같다. 다만 그 불안함이 최소화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하거나 그것을 이뤄내기 위한 행위에 몰입하거나 하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열심히 살자는 이야기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