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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Dec 21. 2022

착한 어린이들처럼...

당신은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공기를 나누어 준 적이 있나요? 

지난 일요일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들의 주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날 어느 선생님이 지나가시다가 그만 성경공부 교재를 선생님의 머리에 떨어뜨리셨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아들이 선생님의 머리를 '호~~'하면서 불어주었다고 한다. 다섯 살 아이에게서 뜻하지 않던 위로를 받았던 감격스러운 경험을 어머니인 나와 나누고 싶다면서 늦은 시간이지만 연락을 하신 거라고 했다.  나는 선생님께 '아들이 주로 엄마에게 호 하고 불어주고, 쪽! 하고 뽀뽀해주곤 하는데, 선생님이 참 좋은가 봐요.

라고 답을 드렸다. 아들의 살뜰한 마음 씀씀이가 예뻤고, 이내 흐뭇해졌다. 

사실 아들이 선생님의 마음에 따스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던 그 시간, 나는 6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아이들과 성경공부를 하다가 각자 어떨 때 화가 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주로 동생, 형, 누나에게 화가 난다고 했다. 나는 '아들의 어린이집 선생님이 다른 어머니들과는 전화상담을 하면서 나는 어린이집에 직접 오라고 해서 속상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특별히 우수한(?) 아들을 키우느라 무척 힘든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아이들은 일제히 내 편을 들어주면서 '그건 불공평하다.', 심지어 '차별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걱정하던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나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알아주었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어릴 때 너무 말이 느려서 엄마가 너무 걱정하셨는데, 지금 자기 반에서 제일 떠드는 애가 되었다고 했다. 또 어떤 아이는 선생님의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자기도 어린이집 가면 친구들과 억지로 놀아야 하고, 장난감도 나눠서 써야 하고, 무엇보다 깍두기가 너무 매운데 억지로 먹어야 해서 싫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는 의외로 재미있다면서, 조금 기다려주면 선생님의 아들도 즐겁게 학교에 다닐 거라고 나에게 소망을 심어주었다. 아이들의 섬세한 공감에 나는 어른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깊은 위로를 받았다. 

나도 아들의 유아부 선생님도 사실은 교회에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가서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아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살뜰하게 돌보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은 한없이 연약하고, 미숙하다. 그래서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에는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이들의 위로만큼 순수하고 따뜻한 위로를 찾아보기도 참 어렵다. 그 연약해 보이는 어린이들의 눈빛과, 손짓과, 말은 다 큰 어른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겉모습이 어리고 힘없어 보인다고 하여 그 아이들의 마음마저 허투루, 힘없이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는 아들이 자랑스럽고, 우리 반 아이들이 멋지다.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그 누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위로를 다하는 모습이 멋지다. 어린이집에 가기 좀 싫어하면 어떤가. 형, 누나, 동생과 티격태격 싸우면 좀 어떤가. 급식 반찬을 남긴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타적인 마음, 착하고 넉넉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은가? 

나는  아들에게서,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서 내 삶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운다.  내 삶이 바쁘다고 내 옆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그 혹은 그녀에게 내 마음 한편을 내주었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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