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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May 06. 2023

아침 꽃을 받아보며...


그동안 나에게 꽃은 그저 졸업식, 입학식, 스승의 날, 연주회나 전시회에 찾아갈 때, 손을 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예쁜 꽃다발을 받아 꽃병에 잘 꽂아 놓아도 며칠이 채 가지 못해 시들어서 그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을 보며, 세상에 이처럼 비실용적인 선물은 없을 것이라 여겼다. 5만 원의 가치가 3일 혹은 5일치라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아깝게 느껴졌다. 친구들이 나에게 '선물 뭐 해줄까?' 하면' 응, 그냥 꽃 빼고 다 좋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없던 여유가 생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편에게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혹은 졸업식과 같은 중요한 이벤트에 잊지 말고 나를 위한 꽃을 사 오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결혼 16년 만의 변화에 남편은 웬일이냐며, 원래 꽃 별로 안 좋아하지 않냐며 의아해하더니 착하게도 나의 주문에 응하여 예쁜 꽃다발을 사 온다. 절대 안 바뀔 것 같던 나의 취향이 변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꽃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프리지아, 튤립, 장미 등 내가 잘 알고 익숙한 꽃을 꽃집에서 한 단씩 사다 꽃병에 넣곤 했다. 샛노란 프리지아 꽃잎이 아침 햇살과 부딪히면 더욱 영롱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빛이 난다. 그 어떤 방향제보다 생화에서 나는 향기가 은은하게 달큰했다. 조금도 인위적이지 맣은 자연 그대로의 향기였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유한하다고 했던가. 샛노란 프리지아도, 새빨간 장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수명을 다하고 스러져갔다. 아쉬웠지만, 아직 나는 그때마다 꽃집에 가서 새 꽃을 사 오는 일은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인숙 작가님의 글에서 2주에 한 번씩 꽃을 받아 보신다는 내용을 읽었다. 코로나팬데믹이라는 갇혀있는 환경에서 꽃이 주는 편안함과 식물을 가까이하는 기쁨을 배웠다고 하셨다. 아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무릎을 치며 나도 '꽃 받아보기'라고 검색을 해 당장 주문을 했다. 양재 꽃시장에 있는 한 매장에서 한 회에 만원 언저리의 가격으로 내가 원하는 기간에 꽃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사장님은 포장을 하지 않는 대신, 꽃을 더 넣어주시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바였다. 최대할인율인 5%를 받기 위해 6회의 꽃을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첫 목요일이 되어 정성껏 스토크, 버블검, 스트라이크핑크소국, 클라린스, 크림소국, 폼포니거베라, 루스커스로 이루어진 꽃을 받아보았다. (이렇게 생소한 이름을 알리 없는 나를 위해 꽃집에서 보내준 사진 설명이 첨부되어있음.) 당장 유리병에 차가운 물, 플라워보존제를 넣고 꽃을 꽂았다. 그동안 내가 키우고 있던 초록색 식물과도 잘 어울렸다. 우리 집 거실이 아름다운 꽃의 격에 어울리도록 깨끗하게 정리 정돈했다.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해졌다. 격주 목요일로 여섯 번 우리 집에는 이름도 예쁜 꽃들이 방문해 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새 꽃이 집에 올 때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주려고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작은 유리병에 장미꽃 한 송이, 들꽃 한 다발이라도 꽂아놓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해 주면서 말이다.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꽃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멋진지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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