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곰 Nov 15. 2024

강아지 보듯 스스로를 보기

우리 집 강아지는 귀여워 

우리 집 강아지는 좀 많이 귀엽다. 산책을 하면 꼭 한 번 이상 쏘 큩 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강아지는 실수를 해도 귀엽고 음식에 욕심을 내도 귀엽고 장난감을 내던져도 귀엽다. 심지어 와르르 짖어도 사람들은 귀엽다고 좋아한다. 털이 찌고 살이 찌면 공 같이 더 귀엽다. 응가를 해도 귀엽고 소파에 가끔 (일부러) 쉬를 해도 귀엽다. 


상담 선생님이 한번 스스로를 강아지처럼 여겨보라고 했다. 뭘 해도 귀엽게 보이고 무슨 실수를 해도 잠시 혼날 뿐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집 강아지. 그러고 보니 스스로를 귀엽게 본 날은 손에 꼽고 매일 마음의 소리로 혼내기만 한다. 마치 어디 뭐라도 한번 해봐라 혼 좀 내게 - 그런 마음의 이름 모를 사람이 내 마음속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나는 길을 가다 귀엽다는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음식에 욕심을 내면 창피하고 살이 찌면 괴롭다. 가끔 뭘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저 운이 좋았나 보다 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에 충분히 기뻐하기보다 불안해한다. 일에서도 나는 한참 부족한데 여기 있다며 자책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강아지처럼 보기 위한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스스로 내려 깎는 말이나 생각을 한다면 재빨리 아니야 귀여워 사랑스러워 참 잘했어라고 말해줬다. 하루에 몇 번이나 이 시도를 해야 하는지 정말 놀라웠다. 잘한 일에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도 어렵고 그리고 부족하다 싶은 일에 귀엽다 해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회로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는 한번 더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만약에 강아지가 이랬으면 어떻게 할 거야? 대답은 쉽다. 귀엽다고, 참 잘한다라고 해줬겠지. 


강아지를 보듯 날 보려다 보니 강아지도 유심히 더 보게 된다. 강아지는 밥 많이 주면 행복해하고 5분 전의 짜증은 까먹는다. 배 몇 번 만져주면 마음 편하게 눈을 감고, 산책 가서 새로운 냄새 맡고 잔디밭 몇 번 뛰면 세상 환한 표정을 짓는다. 미용을 하거나 목욕을 시키면 너무너무 싫다고 으르렁대면서 또 까먹고 우리 근처에 와서 앞 발로 자신을 이뻐하라고 툭툭 친다. 감정에 솔직하고 순간에 충실하다. 이미 나보다 낫다.


소파에 배를 뒤집고 잠만 자도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서 쟤는 뭘 해서 저렇게 귀엽나, 어쩜 저렇게 귀엽게 태어났나, 내가 무슨 복을 받아서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와 사나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스스로에게 전해줄까. 나는 무슨 복을 받아서 내가 되었나? 하아 이게 복이 맞냐고 반문하다가 아냐 복이야, 지금 건강하지, 지금 스스로 칭찬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지, 귀여운 강아지도 네가 데리고 온 거야 등 복을 주워본다. 스스로의 귀여운 면은 1도 없다고 자책하다가 아니야 귀여워, 오늘도 꼼지락거리며 글을 쓰고 아침에 운동도 했잖니. 근데 글도 안 쓰고 운동도 안 해도 귀여워 눈 뜨고 세수도 잘했잖아. 라며 억지스러워도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억지 속에서도 웃음이 난다. 나는 강아지라면 어떤 강아지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