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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Mar 14. 2022

멍멍멍 왈왈왈 강아지

 

강아지를 키우면서  마음과 생각의 패턴을 다시 한번 확인하거나 새롭게 이해한다. 굉장히 느리지만, 상담을 통해 나는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마음을 가진 인간인지 이해하고 있다. ( 생각한다.) 강아지와 하루하루 보내면서 나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나는 걱정이 많고 불안해하고 강아지도 훌쩍 떠날까 무섭고  해줘야   같고 좋은  해주면 강아지가 나를 제일 좋아할  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강아지에게 반복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던 보호소에서 강아지는 감기도 데리고 왔다. 말을  하는 강아지가 기침을 쉬지 않고 하고 기침을   때는 잠만 자니  걱정은 금방 산처럼 쌓였다. 산처럼 쌓인 걱정이 무거워 엉엉 울었다. 빨리 병원에 데려가서 걱정할 만큼 아픈  아니라고 안심하라고 전문가가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예약이 너무 어려웠다. 응급실은 이미 한번 다녀와서  응급실 비용을 내려고 하니 남편에게 미안했다. 나와 반대로 남편은 걱정하지 말고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가 아플 때도 상당히 반응이 다르다. 나는 당장 오늘 아니면 내일   있는 병원으로 예약을 잡아서 간다. 확인이 필요하다. 내가 어디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아프다는 의사의 말이 필요하다. 엉엉 울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켜 온라인 수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다음  직접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강아지는  감기약을 처방받고 낫고 있다.  마음도 똑같은 걸까? 나는 사실 별거 아닌 거에 굉장히 호들갑에 유난이고, 사실  인간관계는 별거 없는 거다. 그저 스스로 작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힘들어하는 거지. 그냥 내가 작은 문제도 힘들어하는 약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받아들여야 되는건가 싶지만 그조차 싫을 때가 있다. 나도 여느 누구처럼 쿨하게 오는 사람  막고 가는 사람  잡고 싶다.


많은 강아지들이 분리불안을 겪는다. 유기견이었던 강아지나 어떤 이유에서든 보호소에서 왔다면 분리불안을 겪을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  강아지도 기대를 깨지 않았다. 우리랑 있으면 순둥 하고 귀엽고 간식에 웃는 강아지도 우리가  밖으로만 나가면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짖었다. 강아지는 그냥 강아지대로 행동한다. 강아지는 우리처럼 죄책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고 옆에서 놀아주고 예뻐해 주는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니 짖는다. 서열이 있는 무리 생활이 익숙한 강아지는 그에 맞게 행동하고 사고한다. 강아지의 행동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결국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인지라 의미를 부여하면서 애정도 키워나간다. 나도 사람들에게 분리불안이 있는  아닐까? 사람들이 나에게 맛있는  주고 예뻐해주는  아닌데, 사람들과 있는게 좋은걸까? 상담을 하면서 알게   나는 누구를 떠나보내는  너무너무 싫다. 내가 아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멀어지는  무섭고 싫어서 잘해보려던 마음과 행동들이  망치고 있다. 단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마음이 동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쉽지가 않다. 자연스럽게 마음의 패턴이 변화가 생기면 좋겠는데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여전히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지겹다. 마음이 외롭고 오늘따라 축축 늘어지는 것 같아서 글을 써야겠다, 일기를 써야겠다 싶어 글을 시작하는데 또 인간관계로 말문을 열고 마무리하는 게 스스로가 지겹다. 내 작은 세계 안에 이어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차면 스스로가 굉장히 좁아 보인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한 우주가 오는 거라는데, 묘하게 넓어지던 세계의 틈새를 스스로 옭아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왜 나의 마음은 인간관계 문제에 머물러 있는지, 차라리 환경보호나 세계평화나 큰 뜻에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어이쿠 오늘은 이게 지치고 힘들고 이 말과 행동이 신경 쓰이고 그런데 혼자 있으면 오늘은 외롭고 지치고 어느 날은 같이 있어서 외롭고 지치고.누구보다 발랄하게 글을 쓰고 싶을 때가 많다. 문장 하나에서도 별사탕 쏟아지는 맛이 나게 쓰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공책에 볼펜으로 죽죽 긋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죽죽죽 말고 반짝반짝 멍멍멍 왈왈 왈왈 강아지가 간식 먹고 산책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멍!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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