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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Jan 13. 2023

나는 철저한 고양이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강아지와 산다.

나는 철저한 고양이 사람이다. 고양이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어릴 적 살던 집 부엌 창문을 열면 보이던 고양이 가족이다. 이층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고양이가 아기를 낳았다. 야옹야옹 어찌나 무섭던지. 한창 전설의 고향에서 고양이가 구미호가 되어 날아다닐 시절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살았다. 그러다 한 마리씩 고양이를 입양하는 걸 보고 궁금했다. 고양이의 매력은 뭘까? 궁금해서 동기의 고양이를 여름방학 동안 맡아줬다. 치킨을 먹고 버린 쓰레기통 뚜껑을 힘차게 때리던 그 고양이. 밝은 갈색의 털을 한 고양이는 고로롱 대면서 나를 자주 깨웠지만 혼자 사는 방에 억지로 꾹 안을 수 있는 온기였다. 혼자 창문 틈에 옹송그리고 앉아 멍 때리던 그 고양이.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뉴욕으로 이사를 오면서 룸메이트와 같이 살기 시작했다. 우연하게도 룸메이트들은 고양이를 키웠다. 동물은 내가 키울 때보다 가까운 사람이 키우는 게 최고다. 적당한 책임감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안고 싶을 때 안고 젤리발바닥을 누르며 놀릴 수 있었다. 어느 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침대에 앉아 엉엉 우는데 고양이가 와서 얼굴을 쓱 쓰다듬더니 내 옆에 엉덩이를 기댔다. (그저 떨어지는 눈물이 신기했을 그 고양이) 그 후로 나는 동네의 유기묘 센터에서 1년을 좀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는 고양이들이 했다. 휑한 마음의 나랑 놀아준 건 고양이들이다. 그저 밥 주고 똥을 치워준다는 명분으로 한참 귀찮게 하며 잔뜩 묻은 털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집에 왔다.


뭘 안 해도 힘들고 슬픈 일이 생기는 세상에 나 스스로 슬플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 룸메이트들이 키우던 고양이들이 하늘나라를 갔다는 충격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 - 고양이들은 날 두고 먼저 떠날 것이므로 ( 예상 수명을 생각해 보자).  그래도 나는 내가 사람 말고 뭘 키운다면 고양이를 키울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강아지와 산다. 고양이처럼 야옹 거리지도, 관심 없는 척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을 보듬어 주는 매력도 (원래 못하다 한번 잘하면 더 인상적이니까), 자기 시간을 가질 줄도 모르는 하얗고 복슬복슬한 강아지와 산다. 내 입에 스스로 풀칠을 할 수 있게 되면 내가 한 마리쯤 들이겠거니 사람들도 생각했었나 보다. 강아지를 입양했다는 소식에 다들 강아지 사진보다 네가? 강아지? 고양이는 어쩌고?라고 반문했다.



같이 집에서 나른한 게 뒹굴 거릴 고양이 대신 매일 두 번은 밖으로 나가야 하는 강아지와 살고 있는 하루는 새삼스럽다. 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노래는 철저한 현실반영이다. 화장실 앞까지 따라오며 하루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강아지와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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