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s & Years
지인 추천으로 왓챠 플레이에서 BBC 영드 'Years & Years'를 보게 되었다. 2019년부터 2034년까지 즉, 현재부터 미래에 대한 이야기. 총 6부작으로 생각보다 매우 흥미진진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는데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곤 너무 사실적이어서 조금은 섬뜩했다.
암튼 요즘 세계정세가 다시금 예전(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0%가 되는 일상생활)으로 돌아가기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장기간 어렵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드라마의 일부 소재와 많이 대입된다.
예전에는 기대하거나 예측했던 미래에 적어도 내가 경험한 전염병(사스, 메르스 등)들이 이 정도인 적은 없었기에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사회적 거리두기, 여행 금지, 회사 밖(외부)에서 화상 회의 등 협업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 등)이 등장했다.
드라마에서는 이미 현실화되어 더욱 진화된(AI 스피커), 또는 현실화될(자율 주행, AR), 그리고 현실화될 것 같은(특정 식물이나 음식 멸종, 빙하 멸종) 소재들을 다루는데 갑작스레 현실화되어버린 소재가 바로 이 전염병 코로나 19로 보인다. 이 드라마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오늘날의 세계가 이렇게 곧바로 현실화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무도 예측하지 않았던 이 현실로 인하여 중소상공인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미국은 죽고 사는 문제로 심각해 보인다. 바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말이다.
드라마는 영국의 한 가족(대가족이긴 하나 흩어져 살며, 인종, 노령화, 장애인, 동성애자, 환경 운동가, 난민, 이혼, 이복동생, 불륜 등 모든 인간 군상들을 골고루 집어넣었다)의 스토리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나 그 안에 예측 가능한 미래의 환경 패턴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점이 섬뜩하며, 실제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어 요즘 매우 인기 있는 드라마가 된 듯하다.
펜데믹 현상까지 가져온 전염병이 전 세계에 창궐하는 가운데 이렇게 심각성을 띄지 않고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미세먼지를 피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었고, 마스크 대란이 왔을 때에도 누구나 한 두 개 정도의 마스크가 있었으며(그래서 더 마스크 대란이 왔으나 마스크 강대국답게 요일제 실시) 또한 누구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부분에 거부감이 없었기에 작금의 시기도 도래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종식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확진자보다 완치자가 훨씬 더 많고, 글로벌 시대에 해외와의 유입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입국자의 격리와 감시가 더욱 철저해진 만큼, 해외 유입으로 인한 확진자가 발생할 확률은 여전히 있지만 국내 자체 집단 감염 확률은 예전보단 더 줄지 않았나 싶다. 물론 선거를 의식해 숨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나는 정부를 믿기로 했다.
3월 한 달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천했고, 점심시간이 되면 20분 산책, 10분 점심 구입, 집에 돌아와 30분 간 점심 식사 후 1시 근무 루틴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4월. 여전히 나는 매일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하고, 회의를 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하지 않고 침 튀기며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럴 땐 '내가 어떻게 지켜온 사회적 거리두기인데...' 싶기도 하다. 즉, 내가 확진자가 되는 건 나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닌 복불복인 거다. 내가 그간 조심하며 지인들도 안 만나고 살아서 되는 염려증일 수도 있겠으나 Years & Years 드라마를 보면 '설마...'에서 오는 죽음이 이 시대 이 세계를 살고 있는 나에게 경종을 울렸다.
어두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는 한가지 방안을 제시해 준다. 교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바로
이다. 투표를 엉뚱하게 하거나 안 하면 드라마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로 보여진다.
뉴욕 911 테러 사망자는 약 4천 명이었고, 코로나 사망자는 2만 5천 명이 넘어섰다. 약 10 년 전 뉴욕에 여행 갔을 때 911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갔었는데, 그들은 이토록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에 훌륭한 추모 장소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매일 수백 명의 죽음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지, 아니 지켜보고 있는지 결코 그들도 예상치 못 했을뿐더러 단순히 지켜보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당사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말 그대로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 현재 진행 중으로 보인다. 이 역시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가에 대한 영향이 큰 부분인 것이다.
제목은 제주라 해놓고 제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다 채웠다. 이유는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 여행은커녕 꽃구경도 못 하는 시국이기 때문.
작년 11월 사회 초년생 시절 만난 20년 지기 언니, 친구, 동생과 제주에 다녀왔다. 드라마에서 빙하가 멸종되었듯 현재 여행은 일상에서 사라진 존재이며 이 것이 일상 아닌 일상이 되었다. 그때의 행복함과 그리고 당연시 생각되었던 '여행'이라는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당시의 영상을 올려 본다.
전 세계에 하루속히 건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