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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인사이드 Jul 02. 2018

내 옷장의 터닝포인트

패션의 완성은 OO다!


입을 옷이 없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지만 나는 꽤 오랜 시간 패션 에디터로서 패션 트렌드에 대한 글을 썼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시즌마다 쏟아내는 트렌드 키워드와 런웨이에 오른 스타일 분석뿐 아니라 세계의 셀럽들이 그 해 사랑한 브랜드, 스타일, 아이템 등을 포착해 ‘올해 이러이러한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며 이런 아이템이 있어야 당신은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는 다소 낯부끄러운 글을 꽤 납득할만한 논리로 풀어냈다.


누구보다 한발자국 앞서서 패션 트렌드를 읽는다는 나름의 자부심은 내 스타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유행하지 않는 아이템을 걸치면 뭔가 부끄러웠는데, 작년에 입던 바지를 입으면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재작년에 입던 블라우스를 입으면 괜히 위축되기까지 했다. 숨가쁘게 쇼핑을 하고 사냥을 하듯 새 옷을 사도 입을 옷이 없어 한숨을 쉬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게 된 순간

자라, H&M, 유니클로 같은 SPA브랜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의 쇼핑 본능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트렌디한 스타일의 집합소인 SPA 브랜드는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고민하던 시간을 없애줄 것 같았기 때문. 그러나 다시 돌아온 계절 앞에서 ‘작년에는 대체 무엇을 입고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토해 내는 건 여전했다. 그러던 중 ‘내 패션에 뭔가 빠져있다’고 느끼게 된 사건이 있다. 취재원으로 만나 절친이 된 지인과의 만남이 발단이다.


위계질서가 잘 잡혀있는 회사에 다니는 지인은 주로 양복을 입고 매주 금요일은 사내 정책인 ’캐주얼데이’에 따라 양복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만난 날은 캐주얼데이를 앞둔 목요일이었다. 금요일에 회사에 입고 갈만한 옷이 없어 쇼핑을 해야겠다는 그에게 요즘엔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고, 여기에 이런 신발이나 스니커즈를 신는 게 멋지다는 등의 조언을 했다. 내가 내미는 스트리트 사진을 가만히 보던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그 스타일은 내 이미지가 아니잖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혹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가 아닌 생경한 답을 들은 난 순간 멍해졌다. 회사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고, 또 바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내가 보여준 사진에서는 그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곰곰히 생각에 빠진 난 무릎을 탁 치며 나와 그의 다른 점을 발견했다. 보통 내가 옷을 고를 때 ‘트렌디한 것’이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반영하는 스타일’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시 물었다. 스타일에 어떤 이미지를 녹이고 싶냐고.



“넥타이를 짧게 매고 발목이 보이는 바지가 유행 임에도 나는 넥타이를 길게 매고 바지도 보수적으로 입는 편이야. 업무상 외부 사람을 만날 일이 많기 때문에 슈트를 입을 때는 유행을 아는 사람으로 보이기 보다는 일반적이면서 단정한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 거지. 하지만 금요일처럼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기회가 있을 때는 화려한 컬러의 니트나 셔츠를 입는다거나 스카프 같은 아이템을 활용해서 내가 보수적이지만은 않은, 유연한 사람이기도 하단 걸 나타내려고 해. 너가 보여준 스타일도 멋지긴 한데, 난 나라는 사람이 이렇다는 걸 옷으로 보여주고 싶거든.”





“Don’t be into trends. Don’t make fashion own you, but you decide what you are.” 


트렌드를 쫓지 마라. 패션이 너를 소유하게 두지 마라. 무엇이 될 지 스스로 결정하라.


– 지아니 베르사체



길거리를 물들인 SPA 브랜드들은 1~2주 단위로 화려한 쇼윈도우 속 신상품을 선보인다. 패스트패션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일어난 소비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게 한다. 비슷한 바지, 비슷한 셔츠, 비슷한 신발… 개성이 중요한 시대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유다. 나는 결국 One of Them일까?




패션의 완성은 철학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유행을 따라가거나 값비싼 명품을 입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 다만 트렌드가 내 옷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내가 옷을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복잡 다양한 사회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모를 때가 있다. 때문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옷에 어떤 철학을 담아야 할 지 몰라 길을 잃을 수 있다. 나를 알고 옷의 가치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패션 철학이 따르지 않을까?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일 아침 무엇을 입을지 고민이다. 그런데 내가 과연 패션에 생각과 철학을 담을 수 있을까? 나 자신에 대해 더욱 고민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갑자기 마마무의 노래가 떠오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 당신은 무엇을 입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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