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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는 참 예쁘구나 Jan 04. 2016

당신도 모르게,

그녀의 만남

그녀에게 그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냐 물었다.

그녀는 '그의 넓은 등이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와서요.'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좀 더 자세하게  그때를  이야기해줄 수 있냐는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때를 회상이라도 하는 듯, 눈이 작아지면서 입꼬리 또한 살며시 올라갔다. 그러다 작게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녀는 그를 카페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녀의 직업은 바리스타였고, 그는 그 카페의 단골손님이었다고 했다. 그녀의 카페에서는 오전마다 드립 커피를 내려서 판매를 했는데, 그는 아침마다 그곳을 방문해 그녀가 내린 신선한 드립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커피를 좋아하는 단골손님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를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언제부터 그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그녀가 말하길, 누구나 지나칠 수 있을 만큼의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날들이 쌓이면서라고 했다. 


'그는 원래부터 재미있게 지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었죠. 그래서 항상 저에게 장난을 잘 치곤 했어요. 그 날도 저에게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는 장난을 치고 도망가길래, 저도 모르게 서빙을 보다가 그에게로 가서 두손으로 무턱대고 등을 때렸죠. 원래 제가 그런 걸 전혀 할 줄 모르는 성격인 데, 저도  그때는 당황해서 후다닥 도망갔어요. 왜 그랬는지 그땐 정말 몰랐는 데, 후에 생각해보니 그의 등이 넓고 포근해 보여서였죠.'

그녀는  그때의 그 상황이 아직도 부끄러운 기억이었는 지 얼굴을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자분께서 굉장히 당황했었겠네요?'라고 묻자 그녀는 '정말 황당해했죠.'라고 말하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터치에 놀란 그가 그녀를 한동안 쳐다보다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그저 웃으며 넘겼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 데 이를 목격한 동료 하나가 그녀에게 와서는 그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엄청 놀려댔더랬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 부인했던 그녀는 동료를 황급히 돌려보내고 나서야 얼굴이 벌게 졌더랬다. 그리고는 재빨리 탕비실로 달려들어갔다고 했다. 빨개진 자신의 얼굴과 빠르게 쿵쾅쿵쾅 거리는 심장을 어떻게든 숨겨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그랬다.


'그때부터였어요. 제 눈이 그를 계속 쫓기 시작했던 때가. 하루는 아침에 그랑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짧은 시간이 좋더니, 다른 하루는 그가 말하면서 움직이던 손가락이 좋아지는 거예요. 또 하루는 아침에 잠에서 깨지 않은 채로 카페에 들어오던 모습이 귀여워서 광대가 승천한 적도 있었죠.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어서 쌓이다 보니 하루 종일 그만 생각만 나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아침에 일하는 시간이 더 좋더라고요. 주말에 가끔 카페에 와서 그가 업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면 일하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렇게 되다 보니 어느 순간, 그가 온전히 다 좋아지더라고요, 정신도 못 차릴 만큼.'


'그래서 정확하게 좋아한다.라고 깨달았을 때는  언제였어요?'라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대답했다.

'그 사건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어요. 아침마다 잠시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그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를 통해서 하나하나 저를 본 것 같았어요.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카페 가는 것도 좋아하고, 뮤지컬 보는 것을 좋아하고, 집보다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술도 가끔은 즐기고. 담배는 싫어하고. 뭐 이런 사소한 것들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만나게 되면 서로 의지하면서 알콩달콩 잘 만날 수 있겠다 생각했었죠. 김칫국이긴 했지만, 상상이니까... 계속 더 상상하게 되고 기대하게 되었죠. 그렇게 그가 더 좋아졌어요. 그래서 바로 인정해버렸죠. 누군가를 그렇게 온연하게 좋아한다라고 느꼈던 게 그때가 처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이 컸으니까...  진짜로 그때는 누군갈 좋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신나서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어요.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할 때 만큼 달달하고 설레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매일 그런 순간이 반복되었으면 하지만 참 짧고도 강렬한 순간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말을 잇는 그녀의 얼굴은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그만큼 소중했고 행복했던 그녀만의 아름다운 기억이었음이 분명했다.


사진출처: 히죽히죽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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