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이 커져서
그 여자,
기다란 손가락과 제 손을 다 쥘 만큼 큰 손도 좋았고요,
눈 마주치면서 저를 웃게 하려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는 것도 좋았어요.
큰 키도 좋고, 넓은 등과 커디란 어깨도 좋았고,
진짜 다 좋았는 데 말이죠.
질투를 했어요.
네? 어떤 여자냐고요?
아니에요. 하, 이거 진짜 창피하다.
음.
남자 친구를요.
저 정말 이상하죠. 하, 그럴 줄 알았어.
그 남자,
그녀에게 처음 사랑을 느꼈을 때요?
음, 언제였지.
제 시선이 매일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때였죠.
참 작은데 내 앞에서 잘 까불고
참 하얀데 나한테 너무 까불고
참 예쁜데 나한테 계속 까불었어요.
그래서 그럴수록 더 자꾸 괴롭히고,
웃게 해주고 싶어서 옆에 있게 되고,
그렇다 보니까 제가 어느 순간 그녀의 나불대는 입술만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었죠.
그 여자,
다른 여자도 아니고 남자 친구를.
무슨 변태도 아니고.
왜 질투하는지 정말 일도 모르겠어서 저한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더 당당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그를 대했어요.
진짜 정말 사랑하는 데 질투라니.
누굴 사랑할 자격이나 있을 걸까요, 저?
뭐가 그렇게 질투가 났냐고요?
솔직히 그 사람. 장점이 너무 많아요.
친화력이 좋아서 어느 누구나 금방 친해지기도 하고요.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행동을 먼저 하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게 많아요.
그뿐만 아니라 매일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정말 좋은 사람인 데. 그거 아는 데...
저는 행동보다 걱정이 많아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고.
낯을 많이 가려서 친구도 잘 사귀질 못해요.
내 둥지 안에서 벗어나려 것도 싫어하면서 욕심은 많아요.
그래서요. 아, 그래서 그런가 봐요.
남자 친구의 장점도 제가 욕심이 많아서 다 갖고 싶은 건가 봐요.
참 못됐죠.
그 남자,
언제부터였지. 그녀의 행동이 어색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에게 선을 긋는 느낌?
서운했죠. 나한테 섭섭한 게 있었나? 그게 뭐였을까?
맛있는 것도 사줘보고
안아주기도 해보고
술도 마셔보고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그럴수록 그녀가 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예요.
얼굴에 '나 근심 많아요. 손대지 마세요.' 그렇게 턱 하니 써놓고서는...
내가 그녀의 남자 친구인데 표정에서 보이는 그녀의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죠.
뭘 느끼는지 표정에서 다 보이는 앤 데.
그 여자,
이런 고민이 쌓일수록 그가 저를 떠날까 봐 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어요.
그러다가 일이 터져버린 거예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 그의 표정에 나를 향한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어떻게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더 고민이 되는 거예요.
하, 진짜 창피해서 내가.
망설이고 있는데 그가 말을 하는 거예요.
자기가 맘에 들지 않냐고. 헤어질 생각인 거냐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놀라서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라고 말했죠.
그럼 무슨 일이냐 그가 묻는 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말하게 되었죠.
'너를 질투했어. 그게 난 나 자신에게 용서가 안돼. 이 말하면 네가 떠날까 봐.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
그 남자,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주면서 그녀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어요.
혹시나 헤어지자 말하는 거면 끝까지 붙잡자 각오까지 했죠.
그런데 그녀가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라고 말하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냐 물었죠.
한참을 안절부절못하던 그녀가 포기했다는 식으로 말해요.
듣고 보니 저를 질투했다는 데.
왜 저는 그녀가 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걸로만 들렸던 걸까요?
그 여자.
말하고 보니 별거 아니었어요.
그에게 말을 하다 보니 제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해서 그랬던 거였더라고요.
그에게 질투를 한 게 아니라 그 속에 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싫었던 거였어요.
왜 이 사실을 그에게 말을 하면서 스스로 깨닫는지.
참 바보 같았네요.
그 남자,
듣다 보니 그녀가 너무 귀여운 거예요.
어쨌든 그녀의 질투가 나를 향한 사랑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었어요.
깜짝 놀란 그녀가 갑자기 딸꾹질을 해요.
이 맛에 연애하는 거 아닐까,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그 여자,
내뱉어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고,
사랑이었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던 순간이었어요.
사랑해서 그와 매일 함께 하고 싶었고
미쳐 겁이 많아 옆에 있지도 못하고 지켜만 보았는데
그러면서 그를 질투하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처럼 되고 싶다고.
참 이상한 결과물이 나왔던 거죠.
말을 하고 나니 한결 편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즉흥적인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네요.
히죽히죽 G
오랜만에 글 올려요. :)
사진출처: 히죽히죽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