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 <사랑 바다>
나는 지리학자들이 으레 오로라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살아왔다.
낙원과 긴 빙산 사이의 문턱에서, 혹은 햇살이 통과하는 안개 속에서 살았는데, 햇살과 안개는 거의 분리되지 않았다.
나는 무지개가 탄생하는 곳에서, 해가 절대 지지 않는 곳에서, 밤이 오직 푸른 석양으로만 끝나는 곳에서, 그 석양조차 소멸하지 않는 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신을 보았고, 하늘 아래에서, 밤이 끝날 무렵에 죽었다가 서서히 솟아오르는 뜨거운 열기 앞에서 눈을 내리깔았다.
거대한 여명속에서 빛나는 신.
나는 그 밖의 다른 어디에서도 신을 본적이 없다.
그것이 내가 아는 신의 유일한 얼굴이다. 더구나 그 겉모습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드러남 그 자체이다.
신은 우리가 볼 수 없는 형태로 임하는 열정이다.
나는 끊임없이, 지칠 줄 모른 채 여명에 여명을 거듭 맞이하며 늘 숭고한 별을 응시하는데, 그 별은 느닷없이 내 안으로 넘쳐와 삶에 구멍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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