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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고도 Jan 06. 2018

카페여행기

여행에서 숙소 다음으로 자주 들른 곳은 카페가 아닐까

written by 집순이


* 아래의 글은 그동안 썼던 일기 중 카페와 커피에 관하여 썼던 부분들을 모아놓은-두서 없는- 글입니다.


2017년 6월 14일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카페 주인에 대해 쓴 글)
다운타운에 있는 카페 주인언니는 즐거운 사람이다. 그렇게까지 손님과 생글생글 웃어가며 대화하기도 힘들 것이다. 사장으로서 마케팅 하는 게 아닌 정말 기분 좋아서 짓는 웃음이었다.

우리는 그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키곤 했다(맘에 든 곳이라 짧은 기간 동안 두 번 방문했다).  그곳은 카페라기보단 화가와 아티스트 작가들의 공동작업장, 쇼룸 한켠에 마련된 쉼터라고 불려야 맞을 것이다. 우린 커피 자판기에서 아메리카노를 뽑아 들고는 쇼륨을 돌아다니며 온갖 작품들을 구경하곤 했다.

주인 언니는 한눈에 봐도 귀해보이는 로컬 꿀과 다크 초콜릿, 라즈베리 초콜릿을 우리가 갈 때마다 공짜로 퍼주었다. 친절하고 따뜻한 러시아 언니들!(이 표현은 카우치서핑 호스트 언니와 합해서 부른 것)

퀄리티 좋은 꿀, 차, 향신료들. 반대편엔 이 아랫층에서 작업중인 아티스트들의 사진과 그림이 전시돼있다. 창연이는 왜 쭈구리처럼 나왔지?


2018년 1월 1일
어느 순간 까페를 캬페라고 발음하고 있다. 커피를 캬페로 말할 때도 있다. 캬페라는 발음이 좋다. 가베(커피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부르던 발음)의 본 발음이겠지?

2018년 1월 3일

(*아르헨티나 엘 찰튼 버스터미널 근처 까페에서 쓴 글)

이 지방 커피 가격은 기본이 50페소다. 630원 환율을 적용해보면 약 4500원꼴. 유럽보다 비싸다. 그래도 가끔 할 일이 없을 때, 숙소에 있기 갑갑할 때 들러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

커피양은 한국보다 절반 정도 적다. 어쩌면 더 적을지도. 유럽과는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만큼 큰 종이컵, 머그컵에 커피를 가득 따라서 주는 곳은 찾기 힘들다. 아, 스타벅스는 어느 나라든 우리나라 스타벅스 머그컵과 같은 용량이었지. 그런데 가격은 조금 저렴하고.

홀더라는 것이 없는 나라가 많아서 하나 쟁여뒀더니 요긴하게 쓰이는 스타벅스 홀더

포르토에 있을 땐 크리스마스, 연휴 분위기가 한창이었고 스타벅스는 겨울 시즌 메뉴를 팔고 있었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토피넛 라떼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기본 메뉴들보단 비싸니까 가게 앞을 왔다갔다 할 때마다 눈독만 들이다가 기어이 창연을 앞장 세워 들어간 날이 있었다.

그런데 토피넛 라떼라는 게 내가 생각한 그 메뉴가 아니었다. 나는 토피넛 시럽+뜨거운 우유를 원했는데 그들이 만든 건 토피넛 시럽+뜨거운 커피. 나름 큰 돈 들여 주문한 건데 이런 허무함이.

하지만 스타벅스가 괜히 스타벅스인가. 그곳은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메뉴를 제조해서 파는 곳이다. 난 토피넛 라떼가 간절했다. 그래서 한번 더 시도했다.

직원에게 다가간 창연이 천천히 설명했다. "토피넛 라떼 주세요. 캬페는 빼고 우유만."

그렇게해서 받아온 토피넛 라떼는.. 내가 알던 그 고소한 맛의 라떼는 아니었지만 지난번에 비하면 훨씬 괜찮아진 맛이었다.

그런데 한참 나중에 창연이 해준 얘기로는, 직원들이 창연의 주문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때 "토피넛 달래. 근데 커피는 빼달래. 크크큭." 하며 웃었다고 한다.

나는 그때 빈 테이블 자리 맡는다고 창연과 떨어져 있었는데 그렇게 무안한 분위기에 혼자 있었다니. 미안했다. 그 직원들 참. 프로답지 못하다.


우리의 주문이 그들에겐 혹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같은 것이었을까. 나는 그런 메뉴를 주문한 적은 없어도 마셔본 적은 있다.

유럽은 좀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이상 '아아')를 팔지 않아서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열심히 설명해줘야만 간신히 "아 알겠어. 가능은 한데 한번도 안 만들어 본 거라.. 그래도 괜찮겠니?"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괜찮다고, 고맙다고 말해서 손에 쥔 아아가 진짜 아아였던 적은 한 번뿐. 나머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조막만한 얼음이 대여섯개 둥둥 떠있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미지근하고 맛도 밋밋한 커피.(원샷 에스프레소에 얼음을 넣었으니 당연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마셔야지. 생각보단 마실만 했다. 아아 없는 곳에서 아아 시킨 우리가 잘못이지. 우릴 위해 생애 최초로 아아를 만들어본 그들은 잘못이 없다.

(생략)

가봤던 까페 골목 중 인상적이었던 곳은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광장 끝자락 부분 내리막길을 따라 까페와 개성있는 잡화점, 옷가게들이 듬성듬성 이어져있던 길이다. 한국 어디메 같기도 하고 이국적이기도 하고. 아주 오래 전 인기있었던 도쿄 카페 골목 사진집처럼 이곳을 촬영해 사진 에세이를 내면 좋아할 사람들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sns에소개해놨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이십대, 삼십대 여자들이 딱 좋아할 공간이었다. 아, 그 골목길 이름을 알아왔어야 하는데.


카페에 가면 창가쪽 자리를 선호한다. 이날은 한국의 지인들에게 보낼 엽서를 썼다. @라보카,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래 된 오페라극장을 서점으로 개조했다. 관객석엔 책장이 세워지고 무대는 카페가 되었다. @엘아테네오서점, 부에노스아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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