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관계는 아냐
저는 제법 연식이 있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읽은 책의 개수를 따지면 이천권은 돌파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치트일지는 모르겠지만 동화책이나 무협지 등 포함해서 말이죠)
영화도 좋아하니 많이 봤었고, 만화나 웹툰,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죠.
블로그 활동도 오래 했으니 다른 이들의 글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많은 시간을 SNS나 기사를 읽는 데 씁니다.
뜬금없이 웬 자랑질이냐고 눈살을 찌푸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독서량(요즘은 꼭 텍스트가 전부가 아니니 책에 한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자기가 보아왔던 모든 콘텐츠의 양)이 글을 쓰는 데 어느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가 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해서입니다.
많은 웹소설 작가분들이 다독과 다작을 추천합니다.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이 많다는 거겠죠.
많은 글을 써봐야 글 실력도 늘고, 그중에 하나가 시장에서 터질 가능성도 커지고요.
한편, '그렇다면 웹소설을 많이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갈립니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유명한 산경작가님이 쓴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에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옵니다.
처음 밝히는 것이지만 저는 웹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작가가 된 이후부터 읽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심심할 때 조금씩 읽어봤습니다. 완결까지 본 적은 없고 초반부 프롤로그부터 10편 정도 보고 나면 또 다른 걸 봤죠.
산경작가님과 비교하기는 뭐하지만, 저도 웹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에는 단 한 편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완결까지 읽은 작품은 없습니다.
문피아에 처음 연재한 웹소설의 경우에는 다른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그래서 망했죠.)
최근 유행하는 트랜드를 살펴보거나 웹소설의 기본적인 구조를 알기 위해 몇 편 찾아본 정도입니다.
이런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웹툰을 많이 본다고 웹툰 작가가 되는 게 아니듯.
게임을 많이 한다고 게임 개발자나 기획자가 되는 건 아닌 것처럼요.
그레사 저는 웹소설이란 하나의 장르(유형)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웹소설의 구조나 형태, 현재 트렌드를 살피는 건 반드시 필요하지만, 꼭 최신 웹소설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너무 함몰될 필요는 없다고 말입니다.
게다가 웹소설은 트랜드가 무척이나 빠르게 변합니다.
뭐가 하나 유행한다고 하면 다들 비슷한 유형의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독자들도 금방 해당 유형의 글에 흥미를 잃습니다.
기본적인 뼈대와 트렌드를 파악했다면 이후부터는 자신만의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콘텐츠의 양과 글쓰기의 관계로 돌아와서.
인풋이 많으면 글쓰기에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자료 조사를 조금만 해도 자신의 지식으로 풍성한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이란 무궁무진한 정보의 바다가 있잖아요?
축적된 지식이 없더라도 빠르게 지식을 쌓아 올릴 수 있죠.
팩트체크는 필요하지만 웹소설에서 중요한 건 재미지 사실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체역사 등 사실관계를 무척 중요시여기는 독자층이 있는 분야도 있지만 대체로 사실보다는 재미가 훨씬 더 중요하죠.
아니 소설이잖아요?
학문이나 역사서가 아니라 말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라거나 왜곡이 아니라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푸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고증에 충실한 소설이라도 독자들은 보지 않습니다.
우선은 재미죠.
그리고 지식보다 직감이 훨씬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식이 없어도 다른 이들을 관찰하면서 빠르게 지식을 터득합니다.
또한 상상력이 뛰어나 꼭 직접 겪거나 책 등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예측하죠.
그래서 저는 꼭 머릿속에 든 콘텐츠의 양이 많다고 글쓰기가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시기나 상황, 운도 필요하고요.
다만 그런 생각은 듭니다.
작가라는 건 꾸준함이 중요한데, 그렇다면 작가에게 콘텐츠의 양은 중요하다고요.
한 두 편은 인터넷을 뒤져서 글을 쓸 수 있고, 직감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게 장기화하면 분명 지쳐버리고 말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에 콘텐츠의 양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작가라면 콘텐츠의 양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죠.
이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습니다.
아무튼 제일 중요한 건 어찌 되었건 계속 쓰는 거라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현재 상황이 어떻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