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약속이 있었다. 한달 전부터 이미 예정된 약속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옛 동료들과의 모임에 나의 병은 무거움을 더할 것 같았다.
내가 자칫 민폐가 될까 약속 단톡방에 몸이 안좋아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남편이 카톡을 보더니 가는게 좋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제발, 가라고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약속 장소가 멀어서 운전해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데려다 준다고 하니 솔깃했다.
남편은 데려다주고 거기서 몇 시간을 기다릴 각오를 하고 나를 계속 설득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단톡방에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우울증이 재발하여 약을 먹고 있는데, 혹여나 내 기분이 가라앉아 분위기를 망칠까 걱정된다고.
동료들은 감사하게도 그런 이유라면 꼭 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고마웠다. 좋은 동료들이 있었음에 감사했다.
토요일 모임에 가서 정말 정신없이 웃고 왔다.
웃다가 광대가 아플 정도였다.
최근 언제 그렇게 웃어봤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다들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비슷한 경험과 이야기를 꺼내어 나누었다.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지만,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가슴에 돌덩이가 올려진 것 같은 답답함과 눈물이 꽉 차서 흐를 것 같은 기분이 멈춘건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은 병원을 가는 날이다.
조금 쉬고 싶기도 하고, 지쳐서 3일 정도 연차를 썼다.
이대로 점점 나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