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만, 8월 16일 지난주 금요일은 너무 힘들었다.
정말 곧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뭔가 모를 서글픔이 나를 가득 채워서 울면서 길을 걸었다.
사람들은 밝은 나를 좋아한다. 우는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는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은 누구라도 붙잡고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종로에서 독립문까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걷다가 택시를 탔다.
나는 남편이 있다. 남편이 있다는 건, 곧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나에게 보호자 혹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는 의미이다."
물론 나의 남편은 그런 역할을 전혀하지 못했다. 매번 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번에는 전혀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나는 철저히 혼자일 수 밖에 없었다. 누구도 나와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8월 9일 부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동료들이 꽤 좋았고, 하는 일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에서 대표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건 힘든일이다. 나는 참지 못했고 결국 그만 둔다고 말했다.
화가 나는 마음과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나를 괴롭게 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는 아쉬움도 컸다.
술을 주량에 넘치게 먹었고, 술주정이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등짝 스매싱 정도를 생각하고 나를 때려달라고 했고, 남편은 술 취한 사람이 때려달라고 했다고 양쪽 뺨을 때렸다.
술을 취한 상태에서도 너무 기분이 나빴고, 그 길로 집을 나와 호텔로 갔다. 내가 술 주정이 심했다고 해도. 그랬다고 해도 남편의 행동은 나에게 가혹했다. 그리고 내 자존감을 깎아놓았다.
그렇게 내가 지옥같은 이틀을 보내는 동안 남편은 예정되어있던 바닷가를 가지 못했다고, 너 때문에 휴가를 망쳤다고 나를 원망했다. 토요일에 나를 찾아 호텔에 온 그는 나를 살피기 보다 짜증내고 화를 내면 "아이씨"를 입에 달고 있었다.
언제까지 호텔에서 지낼 수 없었기에 일요일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남편은 토요일에 가지 못한 바닷가를 갔다. 혼자가서 조개를 캐왔다. 그리고 조개를 캤다며 좋아했다.
계속되면 그의 말도 안되는 행동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을 했다.
나의 참혹한 심정과 조개를 캤다며 좋아하는 그의 감정의 간격 사이에. 배우자의 마음을 짖밟았다는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그에게 나는 경멸을 느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내 감정을 크게 오르지도 않았고, 그와 싸우는 것 자체가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면제를 먹고 자는 걸 선택했다. 졸피뎀 1알과 수면유도제 역할의 진정제 2알로는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5분 안에 잠이 들고는 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약을 한봉지 더 먹었다. 그래도 잠이 들지 않았다. 결국 두 봉지를 더 먹었다.
졸피뎀이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 약인가 싶은 의문이 들어서 지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남편이 수면제 먹은지 알아요?"
"남편은 내가 수면제를 먹는지 마는지 관심이 없어요."
"그럼. 그 사람은 보호자가 아니예요. 보호자가 될만한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옛 직장 동료였던 그녀와 나눈 통화 내용이었고, 나는 근처에 사는 친구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친구는 정신과 병원을 꼭 가라고 신신당부했고, 사실 아무것도 변하는 것 없이 약을 먹는게 싫어서 가지 않았던 병원을 두 달만에 갔다.
나는 불안했고, 힘들었다. 의사선생님께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금 더 강한 종류의 진정제를 비상약을 받아들고 출근을 했다.
회사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내 슬픔과 불안은 여전했고. 나는 힘들었지만, 남편은 15일부터 징검다리 휴가여서 예정되어있던 본가 방문을 강행했다.
떠나는 그에게 물었다. 내가 걱정되지 않냐고. 그는 내가 괜찮을거라 말하고 가버렸다.
결국 금요일에 나는 무너졌고, 울면서 그에게 전화했지만 그는 시어머니와 영화를 보는 중이라 내 전화를 거부했다.
전화가 와서 계속 웃으면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화가 났다.
수면제를 먹고 누워서 한참을 기다려도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서러움이 폭발했다. 가슴속에 화를 모두 토해내듯이 엉엉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결국 비상 시 약과 우울증 2알을 더 먹고 겨우 잠이 들었다.
비상약은 효과가 강했고, 토요일은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사촌언니가 마침 전화를 해서 내 상황을 듣고, 나에게 와주었다. 다행이었다.
금요일 내가 울고 있는 상태에서 전화를 끊고도 그는 그 날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돌아와서. 혀짧은 소리를 내며 나에게 보고싶었냐고 묻는다.
서러움을 토해내며 울던 나는 그의 기억에 없는 사람일까. 아니면서 무시해도 괜찮은 사람이었던 걸까.
이번 일로 내 마음속에 확실히 각인된건.
"그는 나의 보호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내 배우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