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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6. 2017

#82 훈육의 메멘토

2017.5.25. 참 파란만장했던 하루

현재

그는 휘파람을 불며 우렁차게 인사하고 나갔다. 저 멀리 실내화 가방을 돌리며 스키핑 스텝으로 가는 그의 모습이 정겹다. 교사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을 뿐이었다.

5분 전

몇 번의 시도 끝에 수학익힘책 풀이를 모두 써냈다. 조금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하라고 격려하고 수학 문제를 풀 때에는 식과 풀이과정, 정답이 삼 형제처럼 있어야 함을 알려준다. 그는 얼굴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15분 전

'아- 하기 싫어!' 연속된 투정 섞인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교실에 메아리친다. 아무도 없어서 그랬을까? 그 투정은 화살처럼 여기저기 튕기다 교사의 마음에 꽂히기 시작한다. 그의 책상은 공책과 교과서가 어지럽게 놓여 있고, 몸부림치느라 필통과 연필이 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교사는 그저 한번 웃어주고 만다. 그는 몸부림을 몇 분간 더 지속하다가 막 끓여진 커피포트처럼 긴 숨을 여러 번 내쉬고는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주섬주섬 줍기 시작한다. 연필을 집은 손으로 교과서를 내리친다. 교사는 그저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손만 아프지...'

25분 전

교사는 학생들에게 확인이 모두 끝내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간다. 몇 마무리가 덜된 학생은 속도를 더 올리고 차근차근 교사를 찾아와 풀이를 확인한다. 그제야 그는 눈이 동그래지며 '다 못 풀면 집에 못 가요?' 묻는다. 교사는 웃으며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다.

30분 전

모든 학생들 수학 익힘 풀이를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그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숨죽여 연필 슥삭거리는 소리만 내는데 혼자 우두커니 종이 총을 만지고 노는 모습이 마치 설산에 홀로 우뚝 선 소나무처럼 보였다. 교사는 몇 번 눈길을 주지만, 1교시 쉬는 시간에 만든 그 종이 총을 가지고 노느라 관심이 없다. 교사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지만 눈치는 채지 못한다. 교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45분 전

오늘은 학생들이 수학 익힘 과제를 해온 뒤 제대로 풀었는지, 풀이과정은 정확한지 확인하기로 하였다. 식과 풀이과정, 정답을 바르게 적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니 같이 연습해보자고 다독이고 시작한 지 5분 정도 지났다. 그가 갑자기 묻는다. '선생님, 뭐해야 돼요?' 그의 짝꿍이 해야 할 일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교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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