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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채 Aug 30. 2016

그러니까 이게 앞담이야 뒷담이야?

#월세(월요일3시)냅시다 #뒷모습담화 #이제 글을 못쓰니 말을 쓰네

2016년 8월 29일 월요일 세시



혹시 그런 경험 없어?


카페에 있는데
남의 대화 소리에 집중하느라
우리의 대화가 잠시 멈춰지는 현상

뭐 나는 대화는 아니고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뒷테이블 대화소리가 들리지뭐야

주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집중되는 재미에
나도 모르게 이어폰 볼륨도 낮췄지


순간,

아 내가 지금 남의 뒷담을 훔쳐듣는 건

예의가 아니지라는 죄책감이 생기긴 개뿔,
노래는 아에 꺼버리고

이어폰은 그저 거들뿐 모드로 돌아섰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튼 누구 하나가 죽일 놈이더라고


이 볕 좋은 날에

누가 이런 험한 이야기를 하실까

라는 호기심에 슬쩍 돌아봤지
근데 보이는 건

 두 여자분의 뒷모습이더라고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지

이렇게

타인이 다 듣을 정도의 소리를 내면,
그러니까 저게

앞담인거야 뒷담인거야

엄연히 따지자면

뒷모습만 보이는 남의 담화니까,
저건 그저 뒷모습담화라고 명명하고

다시 내 일에 집중했지
그런데 내 손은 이미

그들의 대화를 받아 쓰고 있더라고


그저 남의 대화인데

집중하는 내 모습에 놀랐고
마침 글쓰기 주제의 신이

점지라도 해주듯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대체 월요일 오후 3시엔 어떤 담화들이 오갈까?



그래서 한번 써보기로 했지.
남과 남 혹은 나와 너 혹은 나와 남의

모습


아 그리고,

그 죽일 놈은 역시나 남자놈이었어






01.


백수로 살아지다 보니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훔쳐보기가 무료해지고 나서 생긴
훔쳐듣기

살면서 얼마나 많은 대화가 오갈까?
그저 지나치기엔 쫑긋해지는
타인의 뒷담화에 귀를 기울이며

언젠가 타란티노의 수다처럼 재미가 있겠지
언젠가 아론소킨의 대화처럼 속도가 붙겠지
언젠가 박민규의 대사문처럼 기똥을 차겠지

라는 작은 건덕지를 기대하며
하루하루 남 혹은 나의 대화를 수집하려 한다

이것은 기록도 아니며 소설도 아닌
그저 한 백수의 관점으로 각색된
뒷담이 아닌 뒷모습담화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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