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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규 Aug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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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들

2016년 8월 29일 월요일 세시


요즘 모든 것을 글이나 소리로 디지털 스케줄러에 가두지 않으면,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내 생각들은 이미 나와의 대화보다는 디지털화 된 저장 장치에 의존하기를 원한다....  ㅡㄴ

갱년기다.. 이젠 나보다는 도구에 의존한다. ㅠㅠ

이런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없지만, 작년 이맘 때 아침 출근 시간

버스가 한남대교를 넘어 고가 아래 정류장에 정차를 한다. 

환갑은 넘어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이가 승차를 하면서 여느 노인 분이라면 자리를 먼저 찾아야 할 분이

연신 뒤를 돌아 보다.. 창가에 눈을 박는다..

엄마다... 팔순을 이미 넘겨버린 백발 또한 성성한 노모가 손을 흔든다..

어머니라기 보다는 엄마다..

그 엄마는 마치 첫애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 듯 애잔하게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아들은 이런 엄마를 애절하게 바라본다.

순간 아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손을 흔드는 엄마를 향해 연신 셧터를 누른다..

버스가 이내 출발하지만, 엄마는 느릿 느릿 버스의 출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시선을 아들에게 고정한채 손을 흔들고

아들은 그런 엄마를 한장이라도 더 담으려는 듯 연신 셧터를 누른다..

다행히 바로 앞 신호등이 이 모자의 상봉을 조금 더 지켜준다.

잠시 후 버스는 신호의 명령에 따라 나아가고, 아들은 두리번 거리다.. 자리를 찾아 앉는다.

얼굴에 씌여진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엄마를 찍은 사진파일을 열어 열심히 확대한다.

엄마와 아들... 노모와 장성한 아들..

언뜻 표현의 차이는 있어 보이지만.. 그 애틋함은 오히려 더 해지나 보다..

엄마와 아들은 안다.

사랑하고 그립다는 것, 그리고 이별이라는 것..


내 나이가 이제 반백을 바라보려 용쓰고 있지만,

난 여전히 엄마와 아빠로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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