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채 Sep 07. 2016

그래서 우리나이가 어떻다.

#뒷모습담화 #월요일세시 #내나이가어때서

2016년 9월 5일 월요일 3시




"우리나라 애들 진짜 불쌍하지 않냐?"

"..."


좌측 남자, 좌남이 말했다
우측 남자, 우남은 뭔 개똥 같은 소리냐

라는 듯한 침묵이었다.



"다른 나라 애들보다 한 살 더 먹고 시작하잖아"



예상치 못한 주제였다.
나와봤자 입시, 경쟁 같은

보편적인 불평불만일 것이라 예상했다.



"왜 우리는 외국애들보다 한살이 더 많냐고.
아니 한살이 뭐야 두 살 많을 때도 있어."

"..."



이 개똥 같은 소리에

내가 우남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잠시 하늘에 감사하기도 했다.



"외국애들은 태어날 때부터 0살이고
우리는 근데 이미 1살이야. 것뿐만 아니라
1월 1일에 태어난 애가 2살이 되려면

365일이나 필요한데
12월 31일에 태어난 애는

하루면 2살이 돼.
나이를 연도로만 계산하니까

실제 위아래 이해타산이 안 맞다는 거지.
외국애들처럼 0살부터 살아간 날만 계산하면
나이라는 개념도 딱딱 맞고

족보 꼬일일도 없다 이거야.
우린 너무 비합리적이고 대충인 거 아니냐 이거."



어떻게 들어보면 좌남의 말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우남은 답을 준비하는지, 리액션을 준비하는지,

점심 먹은 게 소화가 안되고 있는 건지,
별생각 없는 투로 응대해줬다.



"그래서 만으로도 계산하.."


"넌 만이라는 개념을 언제 알았는데?
우리가 만이라는 개념을 알려면

최소 중학교는 지나서인데.
그전엔 초딩제임스한테 하우올드알유하면

분명 비슷한 개월 수인데도 아마 1살은 많다고
아임유어올더브라더 하고 우쭐되고 있었을걸?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



간신히 꺼낸 답변을

좌남이 너무 쉽게 팽해버리니까

우남은 당황해 보였다.
그냥 팽해버린 것이 아니라

반격까지 했으니 이를 어째.



"심지어 이런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우리는 2살 생일도 없어
태어나자마자 한 살인데
첫 생일을 첫돌이라고 해.
엄연히 2살 때의 생일인데.
그러고 나서 바로 3살이야.
두 번째의 행방이 묘연해 지금.

한 살 먹고 시작하는 것도 억울한데
중간에 건너뛴 생일도 있어.

0살로만 시작했어도

이런 아이러니는 없잖아.

말만 글로벌 글로벌하지 말고

나이도 이제 글로벌에 맞춰서
현실적인 나이 시스템으로 가야 된다는 거지.
우리나라 인심 좋은 건 알겠는데
한 살 더 주는 건 놉. 나는 반대한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그래서 갑자기 우남이 물었다



"소개팅에서 나이 많다고 쿠사리먹었냐?"



"너가 생일이 6월인가 그랬지 아마?"





02.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아니라

내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에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