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36년을 살면서 글에 대한 칭찬을 받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4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평소에 글이란 걸 쓰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저의 글쓰기는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나며 시작됐죠.
오늘은 4년 전, 그 책을 읽은 직후
제가 기록했던 서평을 가져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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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게 참 신기하다.
얼마 전에 '크래프톤웨이' 책을 읽고나서 예전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 다닐 때를 떠올리며 인스타그램에 책 리뷰를 간단히 올렸다.
며칠이 지난 어제, 모르는 분이 댓글을 달았다.
"토스 직원이셨군요. 같은 시기에 근무하지 못해 아쉽네요"
토스 현 직원분이 내 인스타에 댓글을 단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워서 프로필에 들어가보니 왠걸! 꽤나 유명한 작가분이셨다. (마케터 숭님이 강추했던 책이라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냉큼 책을 주문해서 후루룩 읽었다. 그 영향으로 오늘 이렇게 미루고 미뤘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인연이라는게 참 신기하다.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글쓰기가 있는 인생은 꾸준히 성장한다
PART 2 나다운 글을 시작하는 법
PART 3 타인에게 가닿아야 글은 완성된다
PART 4 인생은 기니까, 글도 긴 글쓰기
PART 1이 저자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과 글을 쓰는 이유를 담아낸 자전적 이야기라면 PART 2,3,4는 글을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저자가 던져주는 숙제로 가득한 워크북이라 할 수 있다. 2,3,4장도 재밌게 읽었지만 내게 무엇보다 자극을 준 건 PART 1이었다.
9년동안 마케터를 직업으로 삼아 살아오면서 수많은 변곡점이 있었다.
회사에 돈이 떨어져 월급 없이 버텨보기도 하고,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기도 하고, 직무를 바꿔보기도 하고, 회사를 바꿔보기도 하고, 산업을 바꿔보기도 했다. 9년 간 토스, 지그재그, 이베이, 삼성증권을 포함해 총 5개의 회사를 다녔고 그 이직 사이에 2주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매 회사마다 1~3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모든 걸 쏟아부어 최선을 다했고 평가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년의 시간동안 내가 뭘 하며 살아온 것인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분명 회사의 다양한 산출물을 만들어냈음에도 내 손에 남은 것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담긴 몇 줄의 프로젝트 결과 뿐인 것 같았다. 허무함이 나를 억누르던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
작가는 글쓰기의 효용을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기록의 역사는 주로 권력을 가진 자, 승리한 자의 편이었다.‘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역사가 되어 결국 자신의 삶에서 승리할 것이다. 나 또한 글쓰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분명 나와 저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겠지만 저자는 손현이라는 셀프 브랜딩에 성공했고, 나는 나만 아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가른 것은 바로 ‘글쓰기' 였다.
제아무리 대단한 성공도 뼈아픈 실패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심지어는 나 자신에게서조차 말이다.
하지만 글로 남긴 순간들은 다르다. 글은 성공과 실패의 순간을 선명하게 기록하고, 지나간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쌓인 글이 모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역사가 있는 사람은 단단하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그 길을 걸어왔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쉬이 흔들리지 않는다.
비로소 글쓰기의 가치를 느꼈다. 그 가치를 깨닫자 나의 20대를 내내 괴롭혔던 '사람은 왜 사는가' 라는 질문과 나의 30대를 괴롭히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해소되는 듯 했다. 글쓰기를 도구로 자아가 단단해진 저자가 부러워서 나도 글을 쓰고싶어졌다.
그래서 쓴다. 오늘부터 글을.
나라는 사람의 역사를 남기기 위해.
내 삶을 증명하기 위해.
<글쓰기의 쓸모>, 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