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질문 : 당신의 장례식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침 여섯 시 삼십 분에 집을 나서 일산 동국대학교병원을 향해 방향을 잡았어. 금정역-신도림역-당산역-마두역-병원까지 3번의 환승, 2시간 여의 여정. 직장 동료의 부친상을 위로하기 위해 제법 큰 마음을 냈어. 이게 큰 마음인가 부끄럽지만 요즘 나의 체력으로는 용기가 필요했지.
동료와 얘기 나누고 김치에 밥을 먹고 나서니 출근하는 길도 2시간여. 저녁 수업 마치고, 사내 글쓰기 동호회 동료들이 센터로 와서 10시까지 차담을 나눴어. 하루를 풀파워로 쓴 날로 기록하고 싶다. 나님 대단해!
오늘 질문처럼 누구에게나 삶의 끝이 있지. 그 끝을 어떤 의식으로 보내는가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불교, 일반, 천주교, 기독교 등 다른 스타일의 장례에 상주가 된 경험이 있어. 각각 애도와 추모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그 어떤 종교도 괜찮아.
아빠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걸어 다니실 수 있는 상태였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어. 정말 많은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나 나누고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5개월의 시간은 하루하루 간절하게 아름다웠지. 그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 호스피스는 살아서 치르는 장례식이라고 비유하는데 정말 그랬어.
나의 장례식에 오는 분들은 슴슴하고 따뜻한 음식을 나눠먹고, 함께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 그 어떤 종교라도 괜찮지만 나는 종교보다는 예술의 방식이라면 좋겠어. 함께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길 바라. 나의 숨이 멈춘 후가 아니라 그전에 함께 웃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싶어. 화장 후에는 추모관에 갇히기보다는 해양장을 하고 싶어. 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바다 보러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
후손이 없으니 장례식은 가볍고 간소하게. 국가에서 치러주는 것이어도 좋아. 신뢰하는 장례지도사 친구도 있으니 의논해 가면서 생의 마지막 이벤트를 만들어야지. 아마 나를 아는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모인다면 어디서도 보기 힘든 멋진 파티가 될 것도 같아. 마지막 순간 함께해 줄 나의 친구들 지금부터 사랑하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