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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Oct 26. 2020

 엥케이리디온

삶의 원칙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진 않을까.

 제22장 바른 원칙에 충실하라.

  마흔이 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참 아둔했던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는 혈기에 넘쳐 아집과 독선으로 뭉쳐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제 자신을 보며 그것이 신념이라고 믿었던 거 같네요. 그런데 마흔이 되고 보니 신념만큼 위험한 게 또 있을까,  생각하며 그 신념이 화살이 되어 다시 나에게 비수처럼 다가오는 걸 목도하게 됩니다. 지난해 조국 사건과 올해 박원순 시장을 보며 한번 더 신념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말을 아끼게 됩니다. 말이야 쉽게 휘발되니 가볍게 던지고 잊을 수 있지만 글은 한번 쓰고 나면 불멸하기에 짧은 소감문이지만 조심스럽네요.

  신념까지는 아니었지만 인싸의 인생이 아닌 자발적인 아싸의 인생을 원했던 20대의 저는 휴대폰은 삼성보다는 엘지를, 자동차는 현대 보다 대우를, 카메라는 캐논보다는 소니를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웃기지만 휴대폰은 삼성 아니면 애플을, 자동차는 현대차 아니면 더 좋은 차를 선호하는 기득권 내지 보수가 되어 있네요.   겨우 그 정도를 가지고 라고 하겠지만 상품의 선호가 바뀐 저를 볼 때마다 신념을 지킨다는 거 참 어렵구나, 고 생각합니다. 기왕지사 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아이를 키우는 저는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 학원이 잘 정비된 곳이 아니라 자연과 가까운 곳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흔히들 아이를 위해서 학군지로 이사를 간다는 지인들을 보며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인지 혼자 자문하게 됩니다.

  공부는 학원에서 학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관심과 믿음 그리고 사랑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설사 영어 공부가 되었더라도 아이는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고 부모는 그것을 믿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학군지로의 이사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걱정을 들기 위한 보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를 보며 인간에게는 수만 가지의 페르소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곧 중학교 입학을 앞둔 제 아이를 보며 여전히 학군과 학원을 무시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연과 가까운 곳 아이와 산책을 하며 운동을 하며 인생을 나눌 곳을 더 선호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나의 교육적 신념이 하나의 삶의 철학과 연계되어 굳건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선택의 결과가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그래서 사실 사람들에게 나는 아이를 이렇게 키우고 있다,라고 섣불리 말하지 못합니다. 왜냐면 제 교육 철학이 언젠가 무너졌을 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을 위로가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조국을 박원순을 쉽게 욕하지 못하겠습니다. 그 비겁한 진보주의자들의 거짓된 신념이 제 페르소나에 여전히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제22장, 바른 원칙에 충실하라. "만일 네가 같은 원칙에 의하여 머물러 있다가 보면, 처음에 너를 비웃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너를 찬탄해 마지않을 테지만, 그러나 만일 네가 그들에게 굴복한다면 너는 두 배로 비웃음을 사게 되리라는 것을 기억하라."  엥케이리디온 38쪽

  고민됩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제까지 나름 지켜왔던 신념을 지킬까요. 그것이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할까요. 아니면 신념을 접을까요. 대세에 따를까요.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비단 이것은 아이의 중학교 입학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 제 삶 속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문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늘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살아가야 할 제가 "바른 원칙"이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바른 원칙이 저에게 비수가 되게 나둘 수도 없으니까요.

  다시 한번 더 삶에 대해 그 원칙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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