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共存 : 서로 도와 함께 살아가는 것.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있는 것.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을 피해 느지막이 산책을 나온다. 지난주 공원 관리팀에서 대대적으로 두 차례나 잔디를 손질해선지 초록 풀밭은 까까머리처럼 짤막하다.
“ 오늘은 연못 쪽으로 가볼까. ”
늘 가던 코스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직진.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코스모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저만치 보행기에 두 손을 짚고 다가오는 할머님이 보인다. 서로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나는 가벼운 묵례로 곁을 지나친다.
무심코 지나가는 할머니는 스쳐 지나는 모든 사물이 그림자 같다.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 목적 없는 시선은 오로지 가는 방향을 향해 있을 뿐. 돌-돌 거리는 보행기 바퀴소리에 한발 한발 보폭만을 맞추고 있다. 잠시 뒤 돌아보니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할머니와 보행기가 일자로 보인다.
그녀도 한때는 짱짱한 자세로 활보하고 다녔을 그 길. 잠시 그녀가 되어 또 다른 젊은 그녀를 만나본다. 왠지 씁쓸하다.
“ 흠. 흠. 허리 곧추세우고 목을 빳빳하게 들고 출발! ”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산책 마지막 코스인 숲 입구에 들어선다. 눈에 띄는 경고 푯말.
“ 이곳에 뱀이 출현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
옛날 같으면 기겁해서 들어가지 못할 그 길. 이젠 비 온 뒤 지렁이가 군데군데 기어 다녀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여전히 도시촌녀지만 일상 속에 공존하며 자연스레 스며든다.
봄인가?! 딱 한 번 팔뚝만 한 길이의 뱀을 본 적이 있다. 조성된 숲길이라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산책로. 여느때처럼 피톤치드를흠뻑 취하고 양팔 높이 들어 기지개를 켠다. 숲속 입구 조그만 흙 구멍 사이로 눈 깜빡할 사이에 쏘-옥 들어 가버리는 새끼 뱀. 깜짝 놀라 순간 얼음.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을 만나 얼른 뒤를 쫓아 다급히 숲을 빠져나온다.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그에게 산책로에서 뱀을 봤다고 이야기한다.
“ 위험하니까 혼자서는 숲에 가지 마. 넓은데 놔두고 굳이.. ”
“ 지난번 연못 근처에 나왔던 ‘피터 레빗’은 어쩌고요? 사람처럼 몸을 빳빳이 세우고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니까요. 정말 동화 속 그 토낀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히죽 웃는 그 사람.
여전히 서툴고 모르는거 투성인 초록 숲. 그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두 발을 모으고 통. 통. 통. 뛰어가는 귀여운 까치걸음도 처음 보고 이름 모를 야생초에도 서서히 관심을 가져본다. 숲이 주는 안온함. 초록이 주는 슴슴한 기운에 순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친자연적이지 못했던 그녀는 철마다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변화하는 자연에 경탄하며 순화되는 반면 숲, 숲 노래하던 도시 남 그는 현재 뷰(view) 맛집으로만 만족하고 있다.
생뚱맞은 생각 하나*
「MZ세대 – Millennials Genneration. 1981년-2010년생
Z세대 - Generation Z. 1995-2010년. 미국에선 911 테러 이후 1997년생부터 Z세대라 부름」
- 위키백과 발췌
요즘 직장 내 기존 세대와 MZ세대는 일하는 방식이나 가치관에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서열 관계 중심인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개인이 우선인 MZ세대. 그들은 서로 필요에 따라 합리적 보상을 요구하는 세대다. 또한 Z세대는 SNS에 익숙해서 직장 내 간편한 텍스트로 피드백을 받고 의사소통하기를 선호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조직문화의 의사소통은 신속한 일 처리와 능률의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나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세대 간 조율이 쉽지 않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공존하는 그들 간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상호 보완해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 생뚱맞은 생각
코로나19도 점차 일상화되어 우리와 밀접하게 공존하고 있다.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개인위생의 습관화로 감기 환자가 줄어 타격을 입는다'는 지인의 말에 웃픈 현실임을 알게 된다.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갈 코로나도 생활의 일부로 인식되며 덤덤해지는 추세. 우리에게 공존 속 공생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