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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프렌 Aug 30. 2021

雨요일의 데이트

작은 만남

                 



그녀가 돌아왔다.      



”  다음 주 지나면 추석 연휴도 있고 해서 얼추 집안 정리도 끝냈고 집으로 와라. 어때? “   

  

미국에서 돌아온 J와 추석 지나기 전 얼굴도 볼 겸 새로 이사 간 집들이 겸 만나자는 약속에 선뜻 집을 나섰다. 농담 삼아 기꺼이 역까지 공주 모시듯 온다고 해 줘서 부담은 없었다. 출발 전 톡으로 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주차하지 못하고 한 바퀴 휘-익. 여차여차 무사히 그녀와 접선. 차에 탑승하자마자 너스레 떠는 그녀 인사말이 반갑다.


“ 반가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얼굴 좀 보자.”   

   

 “ 무슨, 여기 있을 때보다 보이스톡으로 수다 타임 더 많이 했건만. 어제 본 듯하구먼. ”

    

“ 점심은 그냥 밖에서 먹고 집에 가서 차 마시자. 알아서 해도 되겠지? ”   

  

“ 그랴 그랴. 아무렴 어때서. 그냥 집에 있는 찬에 비빔밥 해 먹어도 되는데. ”  

   

“ 얘, 비빔밥이 얼마나 손가는 음식이니? 오랜만에 집에 오니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 지금 가는 곳 메뉴는 일본식 돈가스. 딸 Jinny가 맛집이라고 알려준 곳인데 한번 먹어봤는데 여긴 맛집이라 달라. 딱! 내 취향. 너도 나랑 같은 취향이잖니.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보라고. ”    

 

반신반의하며 들어가니 아담한 크기에 요즘 트렌드인 오픈 키친 & 키오스크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녀 말대로 유명하긴 한가 보다. 대기 시간만 1시간 남짓.    

  

맛을 보니 역시 탁월한 선택이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적당한 양에 식감도 좋아 만족했다. 특히 소스로 나온 핑크 솔트와 생고추냉이가 일품이다. 여타 Co에서 판매하는 핑크 솔트와는 또 다른 차별화된 맛이다.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짭조름한 소금과 신선한 생고추냉이의 톡 쏘는 뒷맛의 여운이 구미를 당긴다. 점심 후 친구 집으로 직행. 거실에서 바라본 아파트 내 정원이 고즈넉하니 아름답다.

    

“ 빌딩숲 보다 사람 살기엔 최고다. 이사 잘 왔네. ”     


“ 그래, 요즘 저녁에 둘이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해. ”

     

“그러니? 잘했네.다른 운동보다 걷기를 해야 하는데 요즘 코앞에서 눈요기만 하고 있으니 요~거이 문제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식상하지 않아 술~술 막힘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피곤함도 덜하다.관계를 지속하려면 쌍방간의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허세 부릴 필요도 없다. 서로의 감정을 밀당하며 확인하는 시기도 지나고 나이 들면서 허물도 덮어 줄 수 있는 아량도 생긴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단발머리 소녀 그 모습 그대로일 뿐. 부디, 아프지 말고 가늘고 길---게 봅세다:)

 









저녁 굶은 시어머니 상   



역까지 배웅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회색빛으로 점점 어두워지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엄마에게 전화 걸어 친구 만난 이야기를 한다.  

   

“ 사람 북적이는 곳에는 다니지 마라. ”


“ 네 ~~~ ”     


화제를 돌리려고 날씨 이야기를 꺼낸다.

    

“ 엄마, 하늘이 회색빛으로 꾸물거리고 잔뜩 찌푸리고 있네요?  ”   

  

“ 그래, 여기도 저녁 굶은 시어머니 상이다. ”     


“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에요. ”    

 

“ 말 그대로지. 며느리가 밥상을 안 차려주니 잔뜩 화가 난 시어머니의 얼굴. ㅎㅎ ”   

  

“ 아하! 그런 표현도 있어요?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 좀 할게요. 엄마 덕분에 글 소재 하나 얻었네요~ ㅋ"  

  

전화를 끊고 메모장에 옮겨 적고 있는데 옆에서 힐끔거리던 연배 있으신 아주머니가 히죽히죽 웃으시며 말을 건넨다.

     

“ 저녁밥 굶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화가 나 심통 난 얼굴처럼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을 때 하는 말이에요. 옛날 말이죠.”     


“ 아~ 네. 말씀 덕분에 쉽게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글 쓰시나 봐요? ”     


“ 아, 네... ”     


“ 그나저나 친정엄마랑 통화한 거죠? ”   

  

“ 네, 왜 그러시는데요? ”     


 “ 아이고 주책이야. 미안해요. 어찌나 상냥한지 보기 좋아서. 보통 친정엄마한테 곰살궂게 말하는 사람 못 봐서요. 나만해도 엄마랑 살갑게 통화한 기억이 없네요... ”

말끝을 흐리는 중년 여인의 눈에 살짝 이슬이 비친다.  

   

“ 아, 네. 그렇군요... ”  

   

“ 내가 초면에 주책맞게 별 얘기를 다 하네. 암튼, 살아계실 때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자주 뵙고 그러셔요. 그럼 이만. 잘 가요.”     


“ 네,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셔요.”   

  

서둘러 가방을 둘러메고 걸음을 재촉하듯 떠나는 중년 여인을 물끄러미 본다.

짐작건대 작고하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굶은 시어머니 상처럼 찌푸린 하늘은 다시금 먹구름을 머금고 곧바로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소소한 일상 속 스치듯 지나는 작은 만남에서 오늘도 배운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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