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이 Nov 20. 2021

만다라 차트



66






64개의 질문이 30초마다 쏟아졌다. 정신없이 질문에 맞춰 답을 쓰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이다. 81개의 네모칸들이 채워지면서 빈 곳을 채우기 전에 있던 긴장감을 비로소 내려놓는다. 만다라 차트 이야기이다.



이전에도 만다라 차트는 알고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가이드를 들으면서 작성한 적이 없었다. 다 큰 성인이 인터뷰가 아닌 이상,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는 건 흔하지는 않은 일이다. 인터뷰이가 되는 것도 물론 흔하지 않고. 예전에 서로 인터뷰를 해서 기록해주는 세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질문을 받는다는 건,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다른 시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저런 세션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같은 질문도 나 스스로에게 할 때와 누군가가 내게 해줄 때의 울림은 결이 조금 다르다.



책과강연 이정훈 대표의 질문은 평범한 듯하게 흘러가다가 한 방을 날리곤 했다. 가령 이런 낯선 질문, ‘당신은 아픔에 맞서 당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나요?’를 스트레이트로 맞고 30초 동안 정신을 못 차리다 보면 벌써 다음 질문이다.



신기한 건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것만으로도 숨어있던 (선택해야 할) 문제, 가야 할 방향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내용들이지만 적어본다.



-새벽부터 아침까지의 시간은 내가 만들고픈 정체성이다. 하지만 아침시간을 너무 많이 나만을 위해 보내고 있다. 좀 더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고, 내가 쓸 시간과 아이와 쓸 시간 배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다.


-저녁시간은 마치지 못한 루틴들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있다. 조금 느긋해도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12시 안에만 해내면 된다.


-나는 배움과 내가 가진 지식을, 지혜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눔은 이왕이면 글과 말로 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나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니. 대체 39년 동안 뭘 하고 살았던 것인가.


-차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돈을 받지 않아도, 나는 차에 관한 일을 하고 싶은 거구나.


-끊임없이 정리해야 한다. 나의 생각을, 환경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물음표로 채워둔 이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제 2022년 플래너를 연다. 11월을 한 달 앞서 연말로 삼는 나는 이제야 연말 행사가 모두 끝난 느낌이다. 올해는 특별히 만다라 차트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니 오히려 능률이 높고 동기부여도 되었다. 2021년, 무엇보다 제일 큰 수확은 같이의 가치를 확실히 깨달은 게 아닐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넌 그때 뭐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