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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혜 Sep 25. 2015

세 번째 이야기

여사친/남사친

김이박, 연애를 말하다

세 번째 이야기: 여사친/남사친




박 양    일단 지난주에는 연애 초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이번 주에는 저번에 핫 했었던 남사친 여사친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일단 남녀 간에 친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 양    불가능해. 한 쪽이 무조건 호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김     나는 가능하다고 봐. 지금은 연락이 잘 안 되지만, 남사친이랑 자주 어울렸던 적도 있거든.

이 양    이성 사이에 친구일 수도 있겠지, 근데 내 남친은 안 돼. 

            사적인 연락이나 만남은 절대 용납 못 해. 내가 유별나게 보수적인가? 

박 양    아니, 그럴 수 있지.

이 양    엄밀히 말하면 이건 커플 바이 커플이라고 생각해. 

            내 친구 커플은 다 허락해주더라, 저 커플은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돼? 이런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이지.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서로 초기에 합의해야해.

            각자 갖고 있는 여사친/남사친에 대한 가치관을 미리 오픈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 

            일종의 울타리를 쳐놓는 과정이지. 우리 이 정도 범위 안에서만 놀자. 이런 약속?         

박 양    이 양은 그 울타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야?

이 양    사적인 연락은 금지. 학교 과제에 대해 묻는다거나 회사 일을 상의한다거나 이런 공적인 건 괜찮아. 

            울타리 크기가 서로 비슷해야 오래 연애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한 명은 울타리가 넓고 한명은 좁으면 폭발할 수도 있어. 


김     우리는 울타리가 있는데 그 울타리가 좀 더 넓어. 

이 양    나는 1인용 화장실칸 수준이야. 엄청 좁아.

김     나도 그렇고 남친도 그렇고 서로 직업상 그런 관계들을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한다는 걸 서로  잘 알아.

            때문에 나는 남친이 여사친과 뭘 해도 상관이 없고,  단둘이 만나도 상관없어. 대신 말은 해줘야 해.

이 양    나는 초반에는 그렇게 쿨한 게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가면 갈수록 소유욕이 심해지는 것 같아.

김     난 아예 단둘이 술마시는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말만 해준다면.

이 양    밤새 마시는 것도?

김     연락만 된다면 그것도 가능. 

            그런데 중요한 건 남친이 그런 행동을 하면, 

            나도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남친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그건 불공평하잖아.

박 양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야. 둘이 만나도 상관 없지만, 대신 연락은 계속 해줬으면 좋겠어.

            근데 우리 커플은 서로 여사친/남사친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지도 몰라. 



김     나 같은 경우는 애초에 나한테 남친을 소개시켜준 친구도 남친의 여사친이야.

            내 친구이자 동시에 남친의 친구지ㅋㅋㅋ

            걔한테는 질투는 안 느껴. 내 남자친구하고도 남자 형제처럼 지내고, 나랑도 친구니까.

박 양    맞아. 남친의 여사친과 내가 안면이 있느냐, 없느냐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 

이 양    완전 동감해. 내가 그 여사친에 대해 잘 알면 좀 안심할 수 있겠지. 

            지금 생각해봤는데, 김 양이나 박 양이 내 남친이랑 단 둘이 술 마신다고 해도 기분이 별로 안 나쁘다?

김     영광입니다ㅋㅋㅋ

이 양    그리고 남친의 여사친 중에 유난히 내 남친한테 여자로 다가오는 애들이 있어. 

            친구로 다가오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여자!

김     여자로 다가오는 지 친구로 다가오는 지는 어떻게 알아?

이 양    내 남친의 여사친이 그런 애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아. 

박 양    맞아. 약간 느낌상 그런게 있잖아. 쟤는 안 되겠다.  

            사실 나는 이런 거에 대해 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 

            우리가 CC라 그런가? 남친 동기가 내 동기기도 하니까.

이 양    골키퍼 있어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김     맞아.“골키퍼 없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요.” 이러면서 집적대는 애들 은근히 많다? 

            전에 남친이랑 그런 애들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남친이 그런 애들이 접근하면 “그 경기 종료됐어.”라고 말하래. 심쿵!

이 양    박력있다. 그 경기 종료됐으니, 꺼져!

            그러면 여사친 때문에 화났을 때는 다들 없는 거야? 

박 양    생각해보니까 한 번 있어.  남친이 동기들이랑 잠깐 팟캐스트를 했던 적이 있거든? 

            근데 팟캐스트 녹음을 내 남자친구네 집에서 한다는 거야. 좀 기분이 나쁘더라. 

            여자애 두 명이랑 내 남자친구, 이렇게 셋이서 녹음했는데 

            여자애 둘이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간다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래서 나도 그 날 따라가버렸지!

이 양    당연히 별로지. 잘 따라갔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 그래.

            자기 여친이 남자 두 명을 데리고 자취방에서 녹음할거라고 하면 가만히 있겠냐?

김     맞아! 나였으면 아주 똑같이 해줬을거야! 

이 양    집은 진짜 아닌 거야. 나도 전에 비슷한 일 겪었어. 

            남친의 여사친이 안양에서 자취를 하는데, 자기네 동네 놀러와서 술 마시자고 하는 거야.

            술 마시다가 차 끊기거나 운전 못 하겠으면 자기 집에서 자고 가도 된다고 하더래. 이건 진짜 아니잖아. 

김     그건 아니지. 아무리 믿어도 그건 아니야.

이 양     또 있어. 

박 양    봇물 터졌어ㅋㅋㅋ

이 양    오빠가 예전 학교에서 실용음악 전공했다고 했잖아? 거기서 동기 몇 명이랑 밴드를 했었나봐. 

            근데 같이 밴드했던 여자애 한 명이 오빠 목도리를 떠왔더라고ㅋㅋㅋ 

            다른 남자 멤버들 목도리까지 다 떠왔대. 혼자 겨울 내내 방구석에 앉아서 목도리 4개를 뜬 거야.

            할 짓이 그렇게 없나 싶더라. 오빠한테는 "우와, 목도리가 밧줄 같고 참 예쁘네." 하고 말해버렸어.

김     그럼 선물 말고 편지 주는건 괜찮아?

이 양    아니. 안 돼. 

김     영화 찍었을 때 도와줘서 고맙다고 편지 써서 주는 건? 나 저번에 졸업작품 촬영할 때 다 써서 돌렸는데.

이 양    그것도 안 되지! 불태워버리라고 할 거야ㅋㅋㅋ

김     내가 누군가의 여사친이었던 시절에 해서는 안 될 짓을 엄청 많이 한 것 같다…….

            그럼 남사친의 기준은 다들 뭐야? 

            나는 그 사람 앞에서 화장을 고칠 수 있으면 남사친! 남자로 보이면 절대 화장 안 고쳐. 

            난 지금 니가 너무 편해, 라는 느낌을 팍팍 주는 행동이니까!

이 양    나는 쌩얼을 보여줄 수 있느냐, 없느냐!

박 양    쌩얼은 뭐……. 남사친이어도 좀 그럴 것 같아. 

            나는 내가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

            아니면 그 사람이 없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을 그릴수 있느냐, 없느냐. 

이 양    얘기할 때 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기준이 될 수 있어.

김     공감! 남사친한테는 말도 편하게 하게 돼.



박 양    나는 내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된 케이스라  그런지, 여사친들을 좀 경계하게 되긴 하더라. 

            다들 어때?

이 양    나는 원래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항상 경계의 눈을 하고 여사친들을 보게 돼.

            다행인 건 남친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야. 이거 안 맞으면 완전 부딪히는 거 알지?

김     그러고보니 나는 역으로 친구 여친한테 경계의 눈빛을 받은 적이 있어.

            졸업작품 촬영할 때 남사친의 여자친구가 커피랑 도넛을 사들고 왔거든? 

            근데 딱 보이는 거야.  나를 보면서 쫙 스캔을 하고 있더라고ㅋㅋㅋ 

            나를 신경쓰고 있구나, 그런 촉이 잖아. 그래서 여친한테 더 친절하게 대했어. 안심시켜주고 싶었어.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위험한 여사친이 아닙니다. 당신의 남친에게 관심이 1%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이 양    맞아. 더 싹싹하게 굴고 말도 계속 걸어줘야 여친분도 마음이 놓일 거야.

            진짜 남친한테 관심있고,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 여사친들은 말을 안 건다? 은근히 보기만 하지. 

            그러니까 여사친이 먼저 차라리 싹싹하게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해. 

박 양    맞아. 여사친은 가만히 있어도 욕먹는 존재니까, 일부러 친근하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어. 

            근데 나도 지금까지 찝찝했던 일이 하나 있긴 해. 

            몇 년 전에 남친 여사친이 실시간으로 남자친구 사진을 찍어서 자꾸 나한테 보내주더라. 

            둘다 학교 기숙사에 살아서 자주 야식 먹고 그랬거든. 근데 나한테 그 사진을 막 보내주는 거야.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내가 남친 뭐하는지 보고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나는 지금까지도 왜 나한테 보냈는지 이해가 안간다.

이 양    그냥 좀 개념이 없나? 아니면 그런거에 대해 너무 무감각한 애 같아.

김     그래도 그건 좀……. 조심해야겠다.



박 양    그러면 다들 이건 어때? 남친이 여사친이랑 같이 한 번 보자, 하면 나갈 거야?

김     나는 좋아.

이 양    나도 좋아. 계속 걔 때문에 속끓이느니 차라리 같이 한 번 만날 거야. 어떤 앤지 얼굴이라도 좀 보게.

김     며칠 굶어서 살도 좀 빼고, 모든 걸 다 동원해서 엄청 꾸미고 같이 만날 것 같아. 

            각오하고 단단히 준비를 해야지.

이 양    자리에 나가서의 내 태도는 여사친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아. 

            괜찮은 애면 친해져서 남친에 대한 얘기들 더 들을 거고, 재수 없으면 콱 밟아줘야지. 

박 양    나도 같이 만나는 게 나을 것 같아. 여사친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으니까.

이 양    그런데 이게 나쁜건가?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내 남자의 인간관계를 건드는 것도 폭력이라더라고…….

김     이러니까 합의가 필요한 거야. 나도 폭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합의점을 찾아서 지키는 건 괜찮지.



박 양    그럼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 헤어진 연인하고 친구하고 지낼 수 있을까요?

김     No.

이 양    나는 완전 No는 아니야. 관계를 하지 않았으면 가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

김     관계랑은 상관 없이 안 되는 것 같아. 몸이 아니더라도 감정을 나눴잖아.

이 양    관계를 안하면 선을 지키기가 쉬워. 

            헤어진 연인이 계속 친구로 남아있는 건 성적인 관계 때문도 있다고 생각해. 

            그때도 했는데 오늘이라고 왜 못해?

김     그건 나도 어느정도 동의해. 그 유명한 구남친의 '자니?' 메시지가 왜 야심한 시간에 오겠어? 

박 양    나는 친구로 지내고 싶은데. 남녀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친구관계까지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아. 

이 양    근데 그건 진짜 그 남자의 미래 여자친구한테 미안한거야. 

            내 남친의 여사친인줄 알았는데 몇 년 사귄 여자면 얼마나 배신감이 크겠어?

박 양    물론 힘든 일이긴 하지.

김     상상 속의 상황이야. 그건.

이 양    분명 둘 중에 하나는 다시 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관계로 남는 것 같아.

박 양    그래도 친구였고, 동기였고, 고양이 엄마였는데…….

이 양    오래 사귀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긴 해.

            남자친구하고 헤어지면 그만큼의 시간이 다 날아가버리는 기분? 친구로라도 남고 싶을 수도 있지.

박 양    나는 그러고 싶다.

김     아쉽긴 하겠지. 비슷한 맥락으로, 나도 남친이랑 사귀기 전에 좀 두려웠던 것 같아.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그냥 친구로 지낼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 

            사귀다가 헤어지면 다신 얼굴 못 보는 사이가 될텐데 

            차라리 친구로 지내는 게 이 사람이랑 더 오래 만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 양    친구로 지내다가 그 분한테 여자친구가 생기면 후회할 걸ㅋㅋㅋ

김     맞아. 그렇겠지.

박 양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면 만나는 게 맞지.

김     그래도 지금은 솔직히 사귀는 거 후회하지는 않아. 

            남친이 여사친하고 여자친구한테 대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남친의 다정한 모습을 나만 볼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것 같아.

이 양    남자 쪽에서 선을 확실하게 그어주면 사실 싸울 일도 거의 없을 걸? 

            연인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뢰니까. 

박 양    여사친 얘길 하다가 신뢰까지 오게 됐네. 이렇게 된 이상 다음 주제는 '판도라의 상자'다! 

이 양    갑자기?ㅋㅋㅋ 근데 완전 마음에 들어. 다들 그럼 이쯤에서 정리합시다!

            오늘 마무리는 김 양이 해주시겠어요?





      :: 오늘의 갈무리         


    여사친/남사친,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겠죠?


    연인 사이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합의가 된다면 마냥 얄밉게만 보였던 여사친/남사친도 

    서로에게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 옆에 있는 여사친 남사친 +입니까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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