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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Feb 11. 2016

우리 속도로 걷자

런던 이태리 여행 에세이

6화 -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에서 벼룩시장 구경하기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런던 여행에서는 마켓 구경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영화 때문에 유명한 노팅힐에 있는 포토벨로 마켓에 가보기로 했다. 전날 타워브리지에서 벌벌 떨었던 기억 때문에 긴팔에 카디건 점퍼까지 챙겨 입고 숙소를 나섰다. 포토벨로 마켓은 노팅힐  역에서 B출구로 나가서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도착한다.

마켓이 열리는 곳에 도착하기까지 길 따라 작은 동네 카페나 꽃집 등이 소소하게 펼쳐져 있어서 어제까지 봤던 랜드마크와는 다를 말 그대로 런더너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었다.


마켓은 평일 월~수까지는 9:00~18:00시 , 목요일은 오후  1시까지 열려있고 금요일 토요일은 오후 7시까지 열린다. 우리가 포토벨로에 가는 날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평일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포토벨로 마켓은 버로우 마켓과는 달리 벼룩시장이라는 특성상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던 은식기나 공구 등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느낌이 강했고.. 마치 동묘를 연상하게 했다.


은식기, 커피잔뿐 아니라 오래된 카메라를 판매하거나 카메라에 관련된 소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았는데 사진에 관심이 많은 신랑은 그 앞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가죽이나 타자기처럼 좀처럼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빈티지 소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빈티지 소품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판매하는 마켓이 많았고 꽃을 판매하는 곳도 종종 눈에 띄었다. 

우리는 다음날이면 이태리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기 때문에 과일이나 꽃은 그저 구경밖에 할 수 없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 오전 내내 조금은 쌀쌀했지만 점퍼까지 입기에는 애매한 기온이었다. 

추위에 벌벌 떨었던 어제가 기억나서 나는 페링턴 입간판이 놓인 작은 멀티숍에서 스카프를 하나 구매해 둘렀는데 나중에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 ㅡ,.ㅡ:: )  런던에서 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라니..ㅋㅋ

맛있어 보이는  푸드트럭마다 줄을 길게 늘어선 많은 사람들이 이른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핫도그와 통째로 자른 파인애플에 즉석에서 간 생과일주스를 넣어주는 음료를 들고 구경을  계속했다. 그러나 점점 더 몰리는 인파 때문에 더 이상 아무것도 구경할 수도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유명한 노팅힐 서점 앞에서도 제대로  구경은커녕 사진 한 장도 찍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거리 공연을 잠시 구경하다가 노팅힐 역으로 돌아갈 건지 포토벨로 마켓 끝 부분까지 보고 다른 역에서 지하철을 탈 건지를 고민하다가 다시 노팅힐 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켓을 끝까지 따라 걷다가  근처의 다른 역으로 가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포토벨로 마켓은 생각보다 길었고 끝이 없었다.. 지치고 또 지친 채로 작은 역에 도착했다.

오후 일정에 대영박물관 브리티쉬 뮤지엄 관람이 있었고 대영박물관은 5시 30분 정도까지밖에 안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그 역에서 언더그라운드 역이었던가..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대영박물관이 가까운 역으로 향했다.

대영박물관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박물관 바로 앞에 지하철 역이 있지 않고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7~10분 정도는 걸어야 했다. 물론 버스를 타면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대영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예쁜 샵이 즐비했는데 나는  이때쯤부터 벌써 몸이 아주 안 좋은 상태였던 거 같다.

어떻게 박물관에 갔는지 어떤 샵들이 있었는지도.. 기억에 없다. 대영박물관은 다 알다시피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고 그만큼 인파도 많았다.

대영박물관에는 나일강 전투에서  프랑스를 격파하고 영국이 이집트 조각 작품들을 대거 가지고 왔기 때문에 19세기 그리스 로마 이집트 유물이 많고 특히 조각 작품이 많다고 신랑이 설명해 줬다. 신랑은 조소를 전공했기 때문에 아는 작품들을 보고 싶어 했지만. 나는 더 이상 절대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나는 결국 따뜻한 수프 한잔을 사서 한쪽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신랑 혼자 박물관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져 신랑에게 거의 울먹이며 전화를 했고 우리는 오후 일정을 포기하고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다행히 박물관에서 숙소는 가까운 거리였다.

겨우 3일뿐인 런던 일정 중 반나절을 몸살이 나서  망친 것 같아 속이 상했다. 포토벨로 마켓에 가고 싶었던 건 나였고 신랑은 버킹엄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한편으론 미안한 맘이 들었지만 미안함이 몸살을 이길 만큼 대단치는 않았다. 

하루 종일 식사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숙소 근처에 있는 프레타 망제에 들러 도시락 두개를 사서 숙소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감기약을 먹었다. 한두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시간이 괜찮으면 버킹엄에 가기로 약속하고 나는 곧 잠에 빠졌다. 그리고 눈을 뜨자 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내일이면 이태리에 가야 하는데 런던의 밤이 이렇게 끝나다니.. 아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프레타 망제는 런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인데 10년 전 처음 런던에 왔을 때도 이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던 것 같다. 

영국 음식은 대부분 맛있는 편이 아니지만 이 샌드위치 전문점은 당일 만든 음식은 당일 다 소진하는 신선한 재료로 유명하고 그만큼 깔끔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샌드위치, 간단한 초밥 도시락, 샐러드 , 베이커리 등 간단하지만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있으니 웬만한  음식점보다는 무난하고 안전한 식사를 원할 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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