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날을 보면서-
봄날이 가고 있습니다.
한 시인의 말처럼
'살아보면, 돌로 사나, 꽃으로 사나 한 평생 뒹굴 버석 궁구는 일인데',사람들은 요란하게 삽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인가요. 사람은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어쩌나 꿈도 꾸면서' 사는가 봅니다.
-신경림, '돌 하나, 꽃 한송이 '중에서
그러다 보면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한 유행가 가사가 가슴에 다가오지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
아쉬워할 필요 없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알기에 이렇게 조언합니다.
善行, 無轍迹….
잘 가는 사람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달도 구름을 조용히 지나고,
바람도 대숲을 말없이 지날 뿐입니다.
가는 봄날을 아쉬워하는
그대에게 시 한수 보냅니다.
우리의 봄날도 이렇게 조용히 갑니다.
새벽안개에 떠밀려 봄바람에 취해서
갈 곳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내리니 이곳은 소읍, 짙은 복사꽃 내음.
언제 한 번 살았던 곳일까,
눈에 익은 골목, 소음들도 낯설지 않고.
무엇이었을까,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낯익은 얼굴들은 내가 불러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복사꽃 내음 짙은 이곳은 소읍,
먼 나라에서 온 외톨이가 되어
거리를 휘청대다가
봄 햇살에 취해서 새싹 향기에 들떠서
다시 버스에 올라. 잊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가를.
쥐어보면 빈 손, 잊어버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릴지도.
추신:
대문 그림은 이철수 판화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