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른 건 몰라도 도배는 해야지

방 2개에서 10명이 자는 법

by 조니워커


- 이렇게 사는 거, 보여주고 싶지 않아.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천장부터 거실 벽을 지나 주방 벽까지 이어지는 도배지를 쭈욱 눈으로 훑으셨다. 그 시선에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그깟 집 하나 때문에 하찮게 느껴지는 게 싫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중호동 아파트에 살게 된 이후 시간은 금세 흘러 다음 달이면 내 결혼식이었다. 결혼 전에 미리 마포의 신혼집으로 이사 가기로 해서, 내가 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도 2주 정도만 남은 시기였다.


- 너 이사 가면 도배를 한 번 하려고.


다 같이 저녁을 먹은 뒤 이삿짐에 챙길 물건을 박스에 옮겨담으려고 하는 내게 엄마가 그릇을 싱크대에 옮기시며 말씀하셨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우린 도배도 장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들어왔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아파트라 손 볼 곳이 많았지만, 워낙 여윳돈이 없다 보니 나중에 고칠 때가 되면 고치자며 그냥 들어왔던 거다. 그런데 이사 온 지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도배를 한다니?


- 왜요? 그럴 거면 애초에 이사 올 때 하지 그랬어요.

이전 07화30년 만에 서울에 깃발을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