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오투오 Nov 06. 2020

내년이면 서른

그런데 인생은 노답이다

중학교 때의 기억이다.

당시 미술 선생님이 내년이면 서른이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노총각' 선생님이었다.

그 시기에 맞춰 '내. 년. 이. 면. 서. 른.'이라는 팻말을 제작해 깜짝 이벤트를 해드렸었다.


2021년.

서른이 된다.

초등학교 때의 기준으로 치자면 집도 없는 체.

중학교 때의 기준으로 치자면 결혼도 못한 체.

고등학교 때의 기준으로 치자면 전문 역량도 없는 체.

대학교 때의 기준으로 치자면 연봉 3천5백이 안 되는 체.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통틀어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했던 그 어떠한 기준도 통과하지 못한 체 서른이 된다.


인생에 하나의 답은 없다고들 하지만 이 정도로 방향도 계획도 없는 게 건강한 삶일까.


인생의 나침반은 어디가 남극이고 북극인지 방향을 잡지 못한 체 빙빙 돌아가고,

나는 그걸 붙잡은 체 한없이 들여다보고만 있다.

맞는 방향을 찾아 탐험해볼 용기도 나침반을 버리고 돌아설  무모함도 없이.


하루하루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왔기에 무의식을 뚫고 나오는 환희도 어둠도 없다.


그래도 그 하루하루의 사소함만이라도 끄적이며 앞으로 다가올 40대, 50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201106_20대를 두 달 남긴 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