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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투오 Feb 26. 2023

여전히 부유하고 있습니다.

어른은 몇 살에 되는 걸까요?

중학생 시절. 어쩌면 그때부터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게 문제인가 싶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장래희망에는 부모님의 희망이 적혔고,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직업이나 직종 그런 것보다는 안정적인 수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온실 속 화초.

온화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남을 헐뜯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무기로 사용하는 거지 화초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환경이 그렇다고 해서 꼭 성향까지 안온하게 성장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게 아쉽습니다.

따뜻한 환경과 단단한 지반을 발판 삼아 더 높이 뛸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그 속에 파묻혀 있는 것에 만족해버리고 만 제 자신이.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봐도 뭐가 문제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이런 선택을 했었다면’, ‘그때 주저앉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들은 있지만 잘못했다고 되돌리고 싶은 선택이 있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가보지 않은 길들이 이제 와서 아쉬울 뿐입니다.


어렸을 때 생각했던 어른의 시간. 서른이 넘으면 다 어른이라고 생각했죠.

그때는 군인들마저 아저씨라고 생각했을 때니까요.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고, 서른이 지나고, 제 삶에서의 새로운 십 년이 흘러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유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안정적인 성향으로 자라난 건 제 주위를 감싼 따뜻한 환경을 중시해서였는데, 알고 보니 뿌리가 단단하게 박힌 것이 아니라 홀씨처럼 부유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뿌리가 단단하게 박히려면 남이 길들여준 땅 위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땅을 찾아 새로운 지반을 다져야 하는 건데 말이죠.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쓴 것도 벌써 3년 전이었는데요.

시간은 그 사이에도 빠르게 흘러가고, 저는 나이가 들었지만 제 고민도, 제 환경도, 그 어느 것 하나 변한 게 없네요.

변하지 않는 것이 싫다는 말은 아닙니다.

부모님의 땅 위에서 부유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땅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안정감이 느껴지긴 하죠.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어느 정도는 성공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말 저만의 땅을 찾아 나설 시기의 끝자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을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 그분들의 짐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결국 현실의 문제로 돌아오면 올해의 목표는 이직입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요즘은 정신도 따끈따끈한 장판 위에 있는 것처럼 말랑말랑 해져서 독해지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결국 32년을 사는 동안 느낀 건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겁니다.

적어도 하나에 있어서는 마침표를 찍었달까요.

가족의 곁에서 성숙해져 나가기 위해 마음 다잡고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틈틈이 행복도 해야겠죠?

도전이라는 목표를 잡아두고 그 아래 ‘행복하자, 무엇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자’라는 명제를 씁니다.

2023년에도 여전히 제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고, 올해에는 부디 그 길이 굽이굽이 다양한 굴곡을 만나 멀리서 봤을 때 전체 길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어떤 분들이 이 글을 봐주실지, 공감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3.2.26_23년의 1분기의 마지막 달이 벌써 오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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