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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l 04. 2024

02. 뛰어볼까?, 팔짝!

#. 1-2 저, RUN ~ 하나요?


요즘, 좀 뛰시나요?


사실 저는 뛰어본 지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릴 때야 그저 뛰어노는 게 일이었고 술래잡기를 하던 기차놀이를 하든 무슨 놀이라도 일단 발이 땅에서 뛰어올라야 가능한 것들이 많았으니까요. 일상생활에서는 그저 엄마한테 혼나기 싫어서 도망을 가거나 기껏해야 학교 체육시간에 뛰는 것이 다였습니다. 물론 5공 때 대학 캠퍼스에서 불가피 뛸 일이 종종 생기곤 했었지만, 여하튼 그리고는 뛰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뛴다'는 건 걷는 것에 속도를 더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속도... 그런데 속도를 의식하면 평소와 달리 무리해서 오버하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아 달리는 건 힘들어. 나랑 안 맞네... 쉽게 포기를 하게 됩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더하다


스케이트를 1년 정도 탔습니다. 하체에 힘이 붙으니 평지에서 걷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출퇴근 길을 조금 걷다 보면 같은 시간에 뛰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몇 달을 보다 보면 한 사람이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게 됩니다. 배가 볼록 나왔던 사람이 땀을 흘린 만큼 날렵해져 있고 구부정해 보이던 사람이 허리를 펴고 걷는 듯 천천히 달립니다. 음, 그럼 나도 해볼까? 일정한 기간(대략 3개월 정도 혹은 그 이상) 동안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걸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주 1 회지만 규칙적인 운동(스케이팅)으로 힘을 얻었기에 또 다른 시도를 고민해 봅니다.



그러다, 어플과 영상의 도움을 받아 직접 뛰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로, '아침에 조깅할 수 있을 정도' 수준에 도전해 봅니다. 한 번에 쉬지 않고 30분을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상태까지만 만들기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생각보다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러닝을 즐긴단 말인가? 의외였습니다. 안 해봤으면 몰랐을 일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어플에서 초보자에게 설정한 값대로 뛰면 됩니다. <RunDay>는 주 3회를 권장하지만 형편대로 일단 주 1회 거르지 않고 해 봅니다. 뭐든 부담 없는 시작이 중요합니다. 달리는 시간을 1분, 1분 30초, 2분... 이렇게 30초씩 달리는 시간과 횟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늘려갑니다. 걷고 뛰기를 반복합니다. 코어를 유지하면서 몸통이 흔들리지 않게 속도를 붙여 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숨이 차는 건 당연하고 뛰는 순간엔 아무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저 심장박동을 느끼고 숨을 쉬는 것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내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순간,


의사들은 건강을 위해 항상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권합니다. 주 3회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옆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걷거나 뛸 수 있게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속도 조절이 이렇게나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빨리 달리지도 못하면서 숨만 찹니다. 옆사람과 같이 이야기할 정도로 뛰라는데 그럴 정신도 없고 숨 쉬느라 벅차서...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빨라지는 거지??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빨라지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숨이 찹니다.



<RunDay>를 시작하고 9주가 지났습니다. 주 1 회지만 달리기를 하는 날은 몸이 뭔가 정렬되는 듯합니다. 어깨부터 발바닥까지 제자리를 잡는 것 같은 개운함마저 느껴집니다. 실제 달리는 시간보다 전후 스트레칭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잠깐의 달리는 행위는 분명 기분을 전환시켜 주고 정신을 맑게 해 줍니다. 적당한 각도의 규칙적인 팔놀림으로 어깨가 굉장히 편해집니다. 전체적으로 할만한데? 그런 기분입니다. 가장 좋은 건 뛰는 동안 잡생각이 안 든다는 겁니다. 오로지 뛰고 걷고, 숨 쉬고만 있을 뿐입니다. 내 몸의 움직임과 균형, 숨소리에만 집중합니다.





역시 프로그램 구성에는 다 이유와 계획이 있습니다. 안될 것만 같던 시간을 차츰 채우며 도장 깨기 하듯 프로그램대로 수행을 합니다.(RunDay... 신발 광고만 조금 덜하면 참 좋겠구먼) 8주 프로그램 24회를 다 하고 나면 계절이 두 번 바뀌고 가을이 깊어 있을 겁니다. 달리는 행위는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순간을 줍니다. 아, 살아있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제가 RUN~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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