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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Oct 25. 2024

14. 연재를 마치며



하루가 다르게 노쇄해가는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시작한 글, 연재였지만 그것은 그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지금은 다른 듯 보이지만 그것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둔탁하게 변해가는 몸과 느리고 고집스럽게 굳어가는 생각들, 그 이전의 습관들이 때론 갈등으로 또 때론 불쾌한 감정으로 서로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중요합니다. 이해를 넘어 함께 살아야 할 인생이니까요.






그때 왜 그랬을까?


사실 대부분의 글은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하는 순간순간에 메모가 되었다가 하나씩 다시 감정을 제거하고 바라보며 작성이 되었습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며 그 이유가 궁금했고 뭐가 문제였는지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복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삶은 복기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또 배웁니다. 살아 움직이는 시간과 꿈틀거리는 불규칙한 감정들은 골이 깊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내일도 또 그다음 날에도 싫은 소리를 하는 날이 자주 있겠지만 그럼에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겪어보려고 합니다. 서로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살면서 불필요하게 아웅다웅할 이유가 없습니다. 서로 너무 깊은 감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서로 너무 자주 타박하지 않고 덤덤하게 심리적으로도 각각 ‘존중’할 수 있는 관계를 연습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자식들이 어릴 때 제가 다른 엄마와 다르다며 서운해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는 듯합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존중할 줄 아는 것, 그 시작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만큼 좋은 관계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엄마와도 해 보려고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그 어떤 관계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합니다.("난 아니야"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옆에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때론 이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보이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이 있습니다. 저 역시 우선순위는 항상 '나 자신'입니다. 엄마는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인식할 겨를도 없이 힘들게 살아왔지만 이젠 좀 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엄마에게 지금의 내 말 한마디, 낯선 행동이 잠깐은 서운하겠지만 그건 순간일 뿐, 시간이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만, 비슷한 연배의 부모님과 함께 '지금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든 우리(자식)들이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 엄마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만 힘들고 속상한 게 아니구나 -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글을 발행하면서 비슷한 관계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곧 엄마의 그 자리에 있게 될 것이고, 엄마와는 다를 거라고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한 관계와 감정들을 자식들에게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가족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의 가족 간 문제는 훨씬 더 가벼워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 바탕이 된다면 서로에게 함부로 할 수 없고 세상 무엇보다 귀하게 여길 테니까요. 건강한 가족관계로 나아간다면 명절에, 혹은 집안 좋은 날들에 지나간 서운했던 일들을 굳이 곱씹고 되씹고 하는 허송세월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서로 만나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말이죠. 누구든 때가 되면 모두 죽습니다. 나중에 엄마에 대해서 - 그래도 엄마와 난 투닥거리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투닥거린 시간마저 아쉬웠다고 - 그렇게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재 내내 귀한 시간을 내서 찾아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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